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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여당은 당·정·청 협의를 열고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대한 주요 내용과 추진과제 등을 논의하였으며, 그중 가장 핵심인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로 한정한 개정 검찰청법 제4조의 세부 죄종을 규정한 대통령령 잠정안을 발표하였다. 이로써 수사권이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 개시범죄를 제한한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장기간 국회와 관계부처에서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안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나, 수사권 조정의 마침표를 찍는 대통령령의 세부조항에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그중 기존의 합의내용과 법안에 포함되지 않은 마약 관련 범죄가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에 포함된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정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국회와 관계기관의 논의를 거쳐 마약 관련 범죄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것이고, 수사권 조정 논의의 출발점인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문’ 내용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마약 관련 범죄가 검사의 수사개시범죄에 포함되는 경우, 법률의 시행령은 법률에 규정하지 않는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다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초과하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 이러한 지적을 피하기 위해 마약수출입 범죄를 ‘경제범죄’로 포함하였다고는 하지만, 검찰의 마약 수사권 보장을 위해 국민보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건범죄’를 ‘경제범죄’에 포함하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또한 보호법익과 규율 대상을 전혀 달리하는 이종의 범죄를 ‘끼워넣기’식으로 대통령령에 규정할 경우 정부합의문의 취지와 국회 의결을 무시하는 선례로 남을 우려가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선진국인 미국의 마약수사체계는 경찰기관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며, 수사가 종결된 후 지방검사 또는 연방검사에게 송치한다. 이후 기소 여부 결정 및 공판 준비 중 추가 증거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검사가 경찰기관에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등 상호협조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와 같이 양 기관이 국민의 인권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필요시 상호 협조하는 모습은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합의정신이 구현된 이상적인 형사사법제도의 청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된 이후, 국무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사항 조정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합의정신과 입법취지에 기초한 관계기관의 신중한 논의를 당부하였다. 관계기관은 권력기관 개혁과 새로운 형사사법제도 근간이 되는 대통령령 제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경찰의 1차적 수사권과 검찰의 사후통제를 통한 국민의 인권 수호라는 합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디테일’을 마련하여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의 화룡점정을 찍어주길 바란다.

<임규철 |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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