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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리핀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UNFCCC)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절체절명의 시기이다. 파리회의에서 2020년부터 시작될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참여하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합의해야 하는 것이다.

파리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지난해 12월 페루 리마회의에서도 개도국과 선진국의 해묵은 기후변화 책임 공방은 계속되었다. UNFCCC는 단순 온실가스 감축 협상이 아니다. 지난 200년 동안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세계경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협상이다. 온실가스 감축에는 비용이 들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개도국들은 신기후체제 협상에 앞서 선진국의 감축기여와 재정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갈등은 계속되었고, 그 결과 리마회의에서도 지구온도 상승 ‘2도 이내 억제’ 목표를 재확인하고, 감축목표 제출방식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교토의정서가 전 세계 감축총량을 결정하고, 각국의 책임과 역량에 맞게 할당하는 방식이었다면, 신기후체제는 각국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기여방안(INDC)을 유엔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3월까지 제출하기로 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자발성에 기초할 경우 각국의 기여방안을 더한 총합이 파국을 피하기 위한 ‘2도 이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페루회의에서는 목표 감축량을 현재보다 높게 설정하되, 감축량 기준연도와 계산법, 감축계획 시간표를 각국 재량에 맡겼다. 감축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느슨한 목표치가 나오더라도 강제할 수 없다. UNFCCC 사무국은 각국 감축안을 종합해 ‘2도 이내’ 목표달성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11월1일까지 작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고서를 제때 작성할 수 있을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각국의 목표치를 조정할지, 한다면 어떻게 조정할지 모든 것이 안갯속이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은 내정간섭을 이유로 조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적응대책과 2020년 이후 연간 1000억달러 이상 모금하겠다는 녹색기후기금(GCF) 조성문제도 남아있다.

10년도 기후 총회의 협상 마지막 날 칸쿤 메세의 홍보 부스는 대부분 철수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 홍보 부스도 마찬가지였다. (출처 : 경향DB)


신기후체제 협상이 본격 진행되면서 한국은 진퇴양난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배출량 증가율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43%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이 제출할 자발적 기여방안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당연하다. 환경부는 감축목표 설정에 고심 중이고, 감축목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이에 더해 한국 정부는 감축량 설정방식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5차 보고서는 글로벌 배출허용 총량방식을 제시했다. 기후변화의 파국을 막기 위한 배출허용총량은 온실가스 2900Gt(기가톤)인데, 이미 1900Gt을 배출해 버렸다. 따라서 1000Gt이 인류에게 남는 한도이다. 그 안에서 190여개 국가가 몫을 나눠야 한다. 이것은 한국이 설정한 ‘2020년 BAU(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배출허용 총량방식에 따라 BAU가 아닌 절대량 감축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2015년 우리의 미래가 수술대 위에 올라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우리는 자연과 협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리회의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신기후체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도 올해만은 기후변화 협상과 대안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유진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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