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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서울 올림픽 개최 7년 전인 1981년 9월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84차 총회. 꿈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일찌감치 올림픽 개최를 선언하며 준비해온 일본 나고야를 누르고 대한민국 서울이 개최 도시로 선택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올림픽 유치에 고무된 우리 정부는 1982년 3월 한국 체육행정을 총괄할 체육부를 창설하고 5공화국 2인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후 체육부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1988 올림픽뿐 아니라 1986 서울 아시안게임까지 관장하며 한국 체육사에 있어 최고 전성기를 구가한다. 2개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시키면서 국가 브랜드 상승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체육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힌 것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러나 ‘체육부’는 단명한다. 1990년 체육청소년부로 부처명이 바뀌는 것을 시작으로 문화체육부(1993), 문화관광부(1998), 문화체육관광부(2008)로 명칭이 변경되며 체육의 위상은 점점 쪼그라든다. 현재 대한민국의 체육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다시금 화려한 시절의 체육부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3년 전인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2032년 하계올림픽을 공동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2021 평창 평화포럼’ 개회식 축사를 통해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가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유치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체육 교류를 통해 풀고,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 구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복안일 것이다.
지난달 제41대 대한체육회장에 재선된 이기흥 회장은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이 당선된다면 남북 체육 교류에 더욱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해 이목을 끌었다. IOC 위원이기도 한 이 회장은 평소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필자에게 피력했다. 최근 이 회장의 의욕과 달리, 일부에서 향후 남북관계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공동 개최가 힘들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문체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남북한 올림픽 공동 개최 관련 행정력을 체육부 부활을 통해 결집해야 한다. 체육학자 출신으로 5선인 안민석 국회의원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체육부 부활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체육은 매우 폭발적이면서 요술을 부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안보 문제로 개막 직전까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북한의 막판 참가로 기적 같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었던 생생한 기억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우리의 희망대로 2032년 남북이 올림픽을 공동 개최한다면 대립과 갈등의 냉전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통일의 희망이 무지개를 타고 성큼 다가올 것이다. 체육부가 부활돼 대한민국의 체육이 국민 대통합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이루기를 희망한다.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와 이를 위한 체육부 부활은 현대사를 살아가고 있는 체육인들의 시대적 사명이다.
정강선 | 전북체육회장·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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