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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은 다른 해보다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았다. 올해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도 들었다. 그러나 11월 들어서자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 시작하더니 결국 지난 7일에는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여러 지역에서 발령되고 서울시는 노후 경유차에 대한 운행제한 조치를 처음 시행하였다.

올 1월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자발적 승용차 2부제를 제안하면서 대중교통 무료라는 특단의 정책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책들은 오염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으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승용차 2부제는 배출저감에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서 차량 운행제한, 특히 노후 경유차에 대한 운행제한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노후 경유차의 서울 운행 제한조치가 처음으로 내려진 7일 서울 가양대교 인근 강변북로 폐쇄회로 CC TV 카메라가 차량단속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강윤중 기자

첫째, 대기관리정책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대기오염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경유차, 그중에서도 저감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노후 경유차가 다른 차량에 비하여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규제는 피규제자의 부담을 동반한다. 그러나 대기정책은 규제효과의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둘째, 디젤매연의 인체위해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경유차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미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였고, 미국의 대기위해성평가 보고서에서는 디젤매연이 농도에 비하여 훨씬 큰 발암 위해도를 가지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디젤엔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농도저감 그 이상으로 시민 건강에 중요하다.

셋째, 경유차의 오염배출은 1차 미세먼지와 2차 미세먼지 생성에 기여도가 크다. 경유차는 엔진에서 직접 배출되는 1차 초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서 화학적으로 생성되는 2차 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질산화물(NOx)의 주요 배출원이다. 따라서 대도시 권역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의 정책 우선순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년의 경우를 생각하면 미세먼지는 이제 시작이다. 해마다 11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오염배출량의 큰 변화가 없더라도 기상조건 변화에 따라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도시 권역에서 자동차 부문의 오염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현재 환경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연식과 사용연료로 구분하고 있는 5등급의 자동차 환경 등급은 저감장치의 부착 등 오염배출량을 고려한 더 세분화된 환경 등급으로 개편하고 이를 차량 운행제한과 단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현재 부실한 자동차 정기검사를 통한 배출가스 검사의 신뢰도를 높여서 오염배출이 많은 차량에 대한 실질적 점검과 배출저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대기오염 문제는 행정구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권역의 문제이다. 수도권 대기권역에서는 비상저감조치 시 서울, 경기, 인천에서 차량 운행제한이 함께 이루어져야 대기질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앞으로 3개 지자체가 함께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니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8일 정부는 그동안 유지하던 클린디젤 정책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여러 저감대책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저감대책의 보완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기개선 실적이 부진한 것은 대책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수립한 저감대책들이 제대로 현장에서 수행되고 있는지 이행실적을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농도 대기오염에 노출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실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서민들이다. 도로변의 고농도 대기오염부터 줄여야 서민들의 대기오염 노출피해를 줄일 수 있다.

노후 경유차의 운행제한만으로 우리의 대기질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맞다고 생각한다.

<장영기 | 수원대 교수 환경에너지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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