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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5 03:00 수정 : 2022.04.25 03:02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원전 최강국 건설’을 기치로 한 친원전 정책이 폭주 조짐을 보인다.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고리 2~4호기, 월성 2호기, 한빛 1·2호기 등 40년 수명만료 원전이 6기에 이르고, 신한울 2호기, 신고리 5·6호기의 신규 건설 원전이 3기 늘어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지난 3월 하순 인수위는 백지화된 삼척·영덕 원전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지역단체의 반발을 샀다. 선거캠프 인사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충남 당진 등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소재 지역에 지으면 된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인수위는 지난 20일 노후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해 수명 만료일 5~2년 전에 제출해야 하는 안전성평가(PSR) 보고서를 만료 10~5년 전에 제출 가능하도록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 틈에 지난 4일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신청했다.

새 정부 출범 전인데도 인수위의 섣부른 언동은 민주적 절차와 주민과의 소통, 에너지 지역균형, 안전 및 원전비리 방지 등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부산·울산·경주(부·울·경) 주민으로서 윤 정부에 ‘공정’과 ‘상식’에 맞게 이렇게 제안과 요구를 한다.

첫째, 지역 희생을 기반으로 한 원전정책에서 지역분권형 에너지자립정책으로 가야 한다.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자신한다면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홍보와 공론화를 거쳐 유럽연합(EU) 녹색산업 기준에 맞는 SMR 건설을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원전입지지역에 더 이상의 원전은 안 된다. 전국 1166명의 원고가 지난 3월24일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사용후 핵연료 부지 내 저장계획’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둘째, 설령 ‘탈원전 백지화’를 추진하더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원전수명 연장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안전기준의 강화, 법적 절차 준수,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간 ‘원전산업 부흥’만 앞세울 뿐 가장 중요한 사용후 핵연료 처리방안이나 원전입지 주민에 대한 안전대책 등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모두 확보되더라도 시민들의 의견수렴과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수명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셋째, 안전이 최우선이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의 경제성 분석에서 10년간 1600억원의 수익을 예상했지만 설비보완 비용만 3000억원 이상 들어가기에 사실상 수명연장의 경제성은 없다. 한수원의 이익창출을 위해 고리 1호기의 폐로까지 불투명하게 하고, 10년간 원전입지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이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다. 4월26일은 체르노빌원전 사고가 난 지 36년째 되는 날이다. 한반도 위기발발 시 원전밀집지역인 부·울·경이 최대 피해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부·울·경은 2015년 여야 할 것 없이 ‘고리 1호기 폐쇄 범시민운동’을 통해 박근혜 정부로부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얻어낸 바 있다. 민주적 절차 없이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이 강행된다면 또다시 ‘고리 2호기 폐쇄 범시민운동’의 불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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