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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지역 120명의 레미콘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작은 2020년 7월8일 개최된 발대식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발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일을 시키지 않는 레미콘 제조사들이 나타났다.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관련 내용증명을 집으로 보낸 회사도 있었다. 해당 조합원은 물론 그 가족들이 겪은 당황스러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달 정도 투쟁이 있었고, 전원 복직됐다. 이후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는 일을 주지 않았다. 원주 지역 18개 제조사 중 민주노총 조합원이 속한 9개 공장에서였다. 그런 상태가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리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원으로서 무언가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그저 민주노총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 레미콘 노동자들은 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미콘 제조사들은 말이 없다.

특수고용직인 레미콘 노동자들은 차량을 갖고 있을 뿐 회사에서 일을 주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한 탕, 두 탕, 레미콘을 공장에서 현장까지 운반하는 걸 그렇게 셈한다. 탕수가 쌓여야 그만큼 운반비를 지급받는다. 노동자는 그 돈으로 타이어 등 자재비나 수리비, 기름값을 충당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돈벌이가 없어 적금이든 보험이든 모두 다 해지한 상태다. 대출은 한도가 넘어서 더 이상 안 된다고 한다. 조합원들이라면 다 비슷한 처지다. 차량 할부금을 내야 하는 조합원들은 더 심각하다. 억 단위인 레미콘 차량을 일시불로 사는 노동자는 거의 없다. 다달이 차량 할부금을 내야 하는데, 그걸 내지 못해 차량을 압류당한 조합원도 있다.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가장 크게 절망한 순간은 한 레미콘 제조사에 내 이름으로 ‘탈퇴 확인서’를 써줬을 때였다. 탈퇴 처리뿐만 아니라 확인서를 써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해왔다. 그걸 꼭 회사에 보여줘야 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레미콘 제조사에서 노조에 가입했던 노동자들한테는 한 탕에 3만8500원을 주고, 비조합원들한테는 4만1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가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30년간 레미콘 일을 해왔다. 청춘을 바쳤다. 이제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그리고 일하고 싶다. 레미콘 차량으로 콘크리트를 실어나르며 나날이 올라가는 건축물을 보고 싶다. 민주노총과 함께하는 이유다.

김주현 민주노총 강원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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