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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대학입시는 문재인 정부 및 이전 박근혜 정부의 대학입시 단순화 정책의 흐름으로 내신전형, 수능,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정리되어가고 있다.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비판받는 논술전형 등이 금지되면서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학생부종합전형, 즉 학종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다른 입시전형방법과 달리 교사의 80% 이상은 학종이 상대적으로 다른 전형방법에 비해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며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큰 여지를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에 학부모의 70~80% 이상은 학종의 불투명성, 사교육 유발효과 등에 대한 불만으로 학종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서울의 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딜레마적 상황에 대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느껴왔다. 학부모의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교사의 다수가 고교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보는 학종의 장점을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현재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 선발비율은 2010년 57.9%에서 2018학년도 73.7%로 크게 늘었다. 수시모집 중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전체 모집인원의 23.6%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수치이지만, 서울 주요 15개 대학만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균 비중은 43.3%로 전국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서울대는 수시 정원의 72.5%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선발하고 있다. 서울의 15개 주요 대학 중 몇몇 대학들은 학종 선발비율을 대폭 확대하고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은 최소로 하는 동시에 선발절차도 불투명하여 상대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등 특정학교 출신 학생들에 유리하도록 입시를 운영하여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 여기에 학종을 둘러싼 ‘딜레마적 상황’을 해결할 열쇠가 있다. 학부모들의 80% 이상이 학종을 불신하는 가장 중요한 까닭은 주요 대학의 학종 운영 방식과 그 규모에 있다. 학종 전형의 기준은 불투명한데 그 비중은 점점 늘어가고, 그로 인해 사교육이 더욱 유발되는 상황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학종, 학생부교과전형, 수능 등 선발 방식의 균형 비율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나는 1:1:1 정도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학종이 전체 선발비율의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종에 대한 불신과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학종의 3가지 측면 모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학종 준비물과 학종 준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대학에서 학종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내신, 학종, 수능의 비율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주요대학의 학종 비율을 제한하는 것은 이 학종 운영의 세 번째 측면에 대한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기록부 기재항목을 제한하거나, 자기소개서 집필방식을 개선하거나, 교사 추천제를 폐지하는 것 등은 이미 교육부에서도 추진하고 있다. 학종의 운영방식 개선을 위해서도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로 나는 ‘공공 입학사정관제’ 같은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는 현재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입시 면접을 할 때 면접관 3인 가운데 1명을 교육청의 공공면접관 풀에서 파견하는 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면 학종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도 정보공개, 사후적인 결과의 재검증 등 다양한 방법을 자발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나도 내 의견만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학종과 관련해 다른 많은 개혁안과 보완책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학종 공론화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하여, 학종 전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성숙한 인식에서 우러나오는 집단지성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학종을 포함한 많은 난제들을 공정하게 해결해갈 수 있을 것이다.
<조희연 | 서울특별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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