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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 2008년 서울 숭례문 화재사고, 2014년 세월호 사고, 2020년 강원도 고성 산불 등 대형 재난을 겪어왔다. 그때마다 정책 실패를 경험했는데, 소방조직과 관련한 정책도 수정·보완됐다.
소방조직 정책은 대통령과 국회 및 관료집단 등 정책주체들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 완결성은 미흡하다. 특히 일반 행정관료집단은 사회적 이슈가 된 정책영역에서 기묘한 생각에만 능하고 내부 보고의 용이성에만 초점을 맞춰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소방조직은 정책변동 주체로서 참여가 제한돼왔다. 결국 소방정책은 국민과 조직의 기대와 다른 불합리한 방향으로 형성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자치 확장’을 핑계로 소방의 국가직화에 반대했다. 인사권과 예산권 및 감사권을 놓아주지 않았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법 제13조(지방자치단체의 사무범위)를 근거로 소방행정에 대한 조직관리와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1970년 8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서 내무부의 소방 기능을 삭제하고 소방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규정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970년대 전후 한국의 재난은 비교적 작은 규모로 발생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자원 사용이 급증했고, 건축물이 대형화·지하화하는 가운데 기상이변이 더해졌다. 재난이 광역적으로 확장되는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변화한 재난환경에 맞게 소방사무를 국가사무로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기준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렇기에 관할권이 중첩되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정부와 국회는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사무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켜 소방청이 책임행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주체들은 이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인식하고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소방은 재난신고부터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재난관리 4단계에 걸친 종합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국방을 지방사무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방도 국가사무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기초단위 행정구역을 넘어 초광역적으로 확장된 재난은 대구지하철 화재와 최근 경북 울진 산불 등에서 그 심각성이 증명되고 있다. 대형재난으로 인해 국민의 경제활동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권이 위협받고 있다. 주권자는 그 책임을 국가와 정책주체에 묻고 있다. 지금 소방사무는 지방사무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신분은 국가직이면서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과 단체장의 의지 등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고 있다. 국민이 어디 거주하느냐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는 안전서비스의 질 또한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재난 지휘체계의 이중적 구조로 인해 재난 수습에도 혼선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늦었지만 소방사무를 국가사무로 재분류하여 소방청이 재난대응에 자율성을 가지고 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방청장에게 인사와 예산 및 감사권을 일원화하고 조직운영의 실질적 집행권을 부여할 시점이다. 이러한 정책 수정·보완 요구를 조직의 이기주의로 폄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복리증진과 사회안녕 질서유지를 위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의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성과에 더해 소방사무를 국가사무로 재분류해야 한다. 소방청장과 광역자치단체장의 이중적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바란다. 이러한 정책변동의 결과로 소방청과 지방소방청으로의 계선조직(명령전달체계)을 설계해 국민 안전권을 담보하는 재난대응 국가행정시스템을 실현하길 기대한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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