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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베이징에서 화석연료 택시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전기차를 대대적으로 도입한다는 정책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 뉴스는 북한 핵무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묻히고 말았다.

<!--imgtbl_start_1--><table border=0 cellspacing=2 cellpadding=2 align=RIGHT width=200><tr><td><!--imgsrc_start_1--><img src=http://img.khan.co.kr/news/2017/08/07/l_2017080801000860200071111.jpg width=200 hspace=1 vspace=1><!--imgsrc_end_1--></td></tr><tr><td><font style=font-size:9pt;line-height:130% color=616588><!--cap_start_1--><!--cap_end_1--></font></td></tr></table><!--imgtbl_end_1-->한국과학기술원(KAIST) 행정동 앞에 수년간 쓸쓸하게 서 있던 전기차 1대가 생각난다. 한국은 아직도 전기차 전면 도입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를 걱정하는 동안, 중국은 202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 3600억달러 투자를 공표하고, 태양에너지·풍력 발전 및 개발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달려가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스마트폰 생산과 자동차 수출만 늘리면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 경제·기술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그야말로 기념비적이다. 한국이 이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안이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미디어 또한 솔직하지 못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일단 역사적 시각에서 지금의 경제 전환을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대영제국에 무역대국의 자리를 물려주기 전만 해도 경제 규모나 수준에서 가장 앞섰던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번영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주효했던 요소는 대규모 식량의 효율적 생산이었다. 1830년대 이전만 해도 각국이 활용 가능했던 에너지는 사람과 동물의 육체노동뿐이었다. 다시 말해, 광합성으로 전환된 태양에너지는 식량의 농업적 생산을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었다.

중국은 장기적 농업정책에서도 크게 앞서 있었다. 전국적 수리(水理) 관개(灌漑) 제도 확충과 노련한 운용 정책은 그중에서도 최고였다. 그러나 19세기 영국(을 선두로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석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가 시작됐다. 석탄은 목재나 육체노동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제공했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가동시켰다. 중국의 에너지 시스템은 경쟁 상대가 되지 않았다. 석탄으로 얻은 화력이 군수산업에 도입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은 아편전쟁에서 능욕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대영제국의 석탄경제 또한 영원할 수는 없었다. 20세기 초반 석탄보다 훨씬 효율적인 또 다른 화석연료, 석유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이때 석유 기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기민하게 인프라 건설에 나선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초반부터 석유경제를 수용했다. 제도적 유연성을 갖추고 있었고, 영국만큼 석탄경제에 몰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국은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며 신(新) 글로벌경제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중국이 태양에너지와 풍력 효율성 제고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잘만 활용하면 ‘화석연료 제로’ 경제도 가능한 기술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혁신은 19세기 전 세계를 발칵 뒤집은 영국과 독일의 증기기관 혁신과 맞먹는 잠재력을 가진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중국은 값비싼 화석연료를 전혀 수입할 필요 없는 신(新) 에너지 패러다임을 장악할 수 있다. 석유 확보를 위해 뼈아픈 전쟁을 치를 필요가 사라지는 건 물론이다. 중국은 태양에너지 및 풍력 기술을 장악하고 생산을 통제하며, 직전의 역사적 이동과 동일한 글로벌경제의 근본적 전환을 이루어낼 것이다. 이에 동참하고자 독일 또한 재생에너지에 전력 투자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석유 기반 경제구조를 깨지 못하고,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서도 근본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중동과 미국의 오일머니 중독에서 벗어나겠단 의지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럼 19세기 중국, 20세기 대영제국과 마찬가지로 ‘한물간’ 경제구조에 갇혀 다른 국가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신(新) 에너지 패러다임을 위해서는 깊고 강력한 변화가 필요하다. 오로지 수출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꿈에서 깨어나 한국 경제의 근간을 냉철히 분석할 때다.

이만열 |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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