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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문명의 동력이었다. 에너지 역사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비가역적 흔적을 남긴다. 석탄은 1950년대 런던 스모그와 같은 공해 발생으로 인간에게 고통을 주었고, 석유는 대량의 원유 유출로 치유할 수 없는 해양환경오염을 일으켰다. 원자력은 치명적 안전사고와 폐기물처리라는 미완의 상흔을 남겼다.

청정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발전도 시간이 지나면 폐모듈 발생이라는 흔적과 함께 재활용이라는 과제를 남긴다. 2000년 초반부터 본격 설치되기 시작한 태양광발전시설은 설비수명이 다가오면서 폐모듈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까지 발생한 태양광 폐기물의 누적 배출량은 285t이고, 2020년이면 추가로 233t이 증가한다. 최근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 발생한 폐모듈은 우리에게 그 심각성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태양광발전시설은 크게 모듈, 인버터, 가대 등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태양광발전의 두뇌역할을 담당하는 인버터는 수명을 다하면 주기적으로 소모품을 교체해 다시 사용하고, 태양광 시스템의 뼈대인 가대는 알루미늄이나 철골구조물로 반영구적 시설물이다. 일부에서 중금속 범벅의 오염덩어리라고 오해받고 있는 모듈도 유리(69%), 알루미늄(11%), 실리콘셀(11%), 구리(1%), 은(0.08%)으로 구성돼 약 9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납(Pb) 성분은 0.1%에도 미치지 않는 아주 적은 양이 포함돼 있다. 적은 양이라고 아무렇게나 처리해도 된다는 게 아니다. 납 성분은 중금속으로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전문기관에 의해 안전하게 처리돼야 한다.

유럽, 미국 등 재생에너지 선진국은 2012년부터 태양광 모듈도 전기·전자 폐기물로 공식 지정해 재활용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미 재활용률이 80%에 이른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태양광 폐기물의 수거나 운송, 회수·분해 등 재활용에 관한 규정이 미비하다.

정부가 충북 진천에 구축하려고 하는 태양광재활용센터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기왕 센터 건설을 시작한다면 조속히 추진하여 국민들의 우려를 깨끗히 씻어 주길 바란다.

폐모듈의 재활용은 제조단가를 절반 가까이 절감하여 화석연료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Grid-Parity)를 앞당길 수 있다. 또한, 태양광 폐모듈 처리는 단순한 재활용 측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접근토록 한다. 기존 태양광발전소의 노후 모듈을 효율이 높은 새로운 모듈로 교체하는 리파워링 서비스(발전설비의 외형은 그대로 두고 모듈만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도 그중 하나다. 최근 태양광발전은 ICT(정보통신기술) 접목을 통해 발전설비 이상 탐지, 기상상태 모니터링, 자동세척 시스템 등 획기적인 부가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주변의 지리·기상 빅데이터를 활용해 발전량을 예측하고, 원격관리가 가능한 관리시스템 도입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핵심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산업은 온실가스 저감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는 물론 소재부품, 전력기기, 설치산업 등 전후방의 고용과 투자유발효과가 매우 큰 성장산업이다. 미래 산업인 태양광산업을 지속가능한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권필석 |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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