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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소재로 현대사회의 병폐를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2009년 북태평양에 있는 미드웨이 섬에서 촬영한 죽은 앨버트로스 새끼 사진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전시했다.
죽은 새끼의 배 속에는 병뚜껑, 일회용 라이터 등 쓰레기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 받는 것은 비단 앨버트로스 등 바닷새만이 아니다. 바다표범, 바다거북 등 바다를 터전으로 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는 매일 생수병, 일회용 그릇, 수저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필품을 사용하며 살아간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3억t이 넘으며, 이 중 500만t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이 뒤엉켜 있는 ‘거대 쓰레기 지대’는 그 면적이 우리나라 영토의 14배에 달하며, ‘제7의 대륙’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도 연간 17만t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이러한 쓰레기는 선박 운항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어업인 경제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쓰레기도 연간 5만1000여t으로 전체 해양쓰레기의 약 30%에 달한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올해부터 육상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네덜란드의 청년 보얀 슬롯은 2012년 비영리단체 ‘오션 클린업’을 설립했다. 바다에 길이 100㎞, 높이 3m의 대형 망을 설치해 쓰레기를 수거한다는 것이다. 그의 계획은 올해 북대서양 해역에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하와이의 비영리단체 ‘바이퓨전’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압축해 벽돌을 만든다.
우리 정부도 연간 500억원을 투입해 해양쓰레기 수거사업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연안오염총량 관리제를 통해 오염이 심각한 ‘특별관리해역’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통제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의 오염 실태와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쓰레기는 바다로 한 번 들어가면 빠르게 확산되며, 수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평소에 쓰레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조업활동 등을 통해 바다에서 생기는 쓰레기는 다시 육지로 가져와야 한다. 일본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몇 년 후 미국 서부 연안에 도착하는 것처럼 해양쓰레기는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 공조도 필수적이다.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은 이런 취지에서 시작됐다. 1986년 미국에서 시작된 연안 정화의 날은 이제 100개국 50만명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9월9일 전남 완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비롯해 전국 100여개 해안에서 ‘제16회 국제 연안 정화의 날’ 행사가 열린다.
바다는 지구의 인류와 생명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버팀목이다. 개개인의 ‘플라스틱 분리배출’과 같은 실천과 노력이 모인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살아 숨 쉬는 바다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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