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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해마다 같은 쳇바퀴를 돌았다. 프로야구는 2월이면 스프링캠프를 떠나고 3월 시범경기를 했으며 늦어도 4월 초에는 정규시즌을 개막했다. 그해의 최강팀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은 10월 시작되는데, 그래서 포스트시즌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 ‘가을야구’다. 천지가 개벽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게 프로스포츠의 시즌이었다. 코로나19가 이런 도돌이표 일상을 과거의 일로 만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우리 모두 그렇듯, 프로스포츠는 전례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5월 정규시즌에 돌입한 프로야구는 11월에 포스트시즌을 하는 게 목표다. 가을야구가 아닌 ‘겨울야구’를 하게 생겼다. 관중의 함성과 응원가 소리로 가득 찼던 경기장 관중석은 사람의 발길이 끊겨 적막하다.

그래도 프로야구는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것에 비해 잘 굴러갔다. 선수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적 없었다. 개막이 늦어졌지만 우천취소로 밀린 경기는 다음날 2경기를 한꺼번에 하는 식으로 해치우면서 정해진 경기 수를 빠르게 소화했다.

지난 7월 말 관중 10% 입장이 시작된 후에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 서울 잠실구장을 다녀간 관람객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야구장 방문 당시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켜 밀접 접촉자가 없었다. 롯데의 홈인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야구팬들이 앞장서서 규탄했다. 시즌이 무사히 진행되는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모두의 마음과 노력이 모여 2020년의 쳇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 중순부터 확산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집단감염 탓에 프로스포츠는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현행 2단계에서 3단계로 강화하면 1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므로 프로스포츠 리그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리그가 중단되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개막 전에 세워놓은 시즌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 리그 재개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이미 프로배구와 프로농구는 대구 신천지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리그를 조기 종료한 바 있다.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을 새로운 표준, 즉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담론이 운위되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뉴 노멀은 어떤 형태여야 할 것인가. 리그가 언제 중단될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프로스포츠의 뉴 노멀이라면,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출발해 포스트시즌 최종전을 향해 달려가는 ‘시즌’의 개념도 흔들리는 것 아닌가. ‘시즌’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선수가 쌓아올린 기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프로스포츠 구단과 선수는 어떤 목표를 바라보고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지금 프로스포츠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면서 시즌을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감소해 거리 두기가 3단계로 강화되지 않길 기도하면서 말이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포츠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은 유감스럽게도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최희진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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