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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왜 ‘세상을 구하는 기술’을 ‘회사 밖’에서 구하려 했을까? 그는 구글과 NASA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민간 창업 대학 싱귤래리티의 설립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세계 최초 민간 여성 우주여행자 야누세흐 안사리와 함께 세계 최대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을 운영 중이다. 이 재단은 인류를 이롭게 할 기술을 얻고자 공공 대회를 설계하고 개최 중이다. 작년 4월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1억달러(약 1380억원)를 수여하겠다는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포상형 공개 경쟁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고 상금의 규모가 압도적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구했다는 것이 더 신선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경우는 어떤가. 2014년에 매출부진으로 수석디자이너와 CEO가 동반퇴장하였다. 2015년 1월 갓 임명된 CEO 마르코 비자리가 로마 출신 무명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에게 구찌의 미래를 맡긴 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웠다. 히피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이 자유분방한 아티스트는 규칙이 없고, 남녀의 구분이 없고, 시대 구분도 없는 ‘무규칙, 무시대, 무성’을 추구하며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렸다. 가장 ‘올드’한 전통적인 구찌 문양을 배경 삼아 꽃과 야생 동물을 정신없이 뒤섞은 신상품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명품 하나 없는 이 사람 눈에도 와, 저게 뭐지,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지금 한가하게 명품이나 예찬하려는 건 아니다. 다급한 태풍보도의 말미엔 방송사마다 어김없이 시민 제보를 요청하는 앵커의 목소리가 뒤따른다. 그 어느 민완 기자보다 발빠른 건 현장의 목소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 SNS상에는 전 세계 기후재난의 현장에서 거칠게 찍어 올린 장면들이 넘쳐나고 공영방송들조차 이들의 자료에 의지해 방송을 하고 있다.

규모로 비교할 바는 아니나 환경재단에서도 경험이 있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주워온 분들께 새우깡, 고래밥 같은 과자로 보답하는 씨낵(SEANACK) 프로그램은 입소문이 아주 왁자지껄하다. 모두 신참내기 어린 직원들이 누리꾼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이다.

도시의 아파트에 살면서 지하주차장에 갇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해도 그 슬픔의 언저리조차 닿을 수 없는 자식의 죽음, 가족의 몰사, 이웃의 재난 앞에서 정부예산 몇천억을 복구비로 쓰겠다는 정도는 답이 아니다. 올해 제주 낮기온은 99년 만에 최고치 37.5도를 기록했다.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100년 만의 폭우로 58명이 사망하였다. 1000년 만의 가뭄으로 미국의 후버댐은 발전을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기후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데 우리 국가 예산 600조원 중 기후대응 예산을 늘렸다는 말은 못 들었다. 국가 에너지 대계는 원자력 복귀 외엔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줄었다. 기후재난엔 네 편 내 편이 없다. 민망한 싸움 멈추시고 추석 연휴엔 공부하시라, 제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연재 | 녹색세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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