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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철 디지털뉴스팀장

 

48세 주부 ㄱ씨. 최근 뒤늦게 스마트폰 사용자가 됐다. 인터넷은 집에서 컴퓨터로 쓰면 족하다고 생각해 요금 비싼 스마트폰을 안 사려 했다가 구형 휴대전화가 고장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바꿨다.


하지만 손 안에 스마트폰이 들어오자 예상이 빗나갔다. 종전에는 좀 한가하다 싶은 시간을 골라 PC 앞에 앉아서 검색하던 뉴스와 정보를 수시로 손 안에서 보게 됐다. 최근 분양받은 아파트 시세는 어떤지, 동네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학원의 평판은 어떤지, 요즘 어떤 드라마가 뜨고 있는지….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빠르게 최신 뉴스를 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에 사는 지인들과 국내외 소식을 실시간으로 주고받기도 한다.


 15살 중학생 ㄴ군. 스마트폰 없는 게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다. 같은 반 35명 중 스마트폰을 안 가진 아이는 6명뿐이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몇몇 아이들이 폰으로 게임하는 건 별로 부럽지 않다. 매일 밤 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프로야구 경기 결과와 관련 뉴스를 곧바로 확인하지 못할 때가 제일 답답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 아이는 귀가하자마자 컴퓨터를 켜면서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또 조른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최근 2700만명을 넘어 3000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휴대전화를 보유한 총 인원의 절반을 웃도는 수치라고 한다. 젊은층은 웬만하면 스마트폰을 쓴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경향신문DB)



손 안에서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스마트폰이 폭넓게 퍼지면서 개개인의 일상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출퇴근길, 등하굣길이나 사무실, 집에서 언제라도 어딘가에 접속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고, 대화하며 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뉴스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최근 ‘국내 모바일 뉴스 이용 특성 분석’ 연구에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95.5%가 포털사이트, 58%가 뉴스·미디어의 모바일 웹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뉴스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는 16%선이었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미국인 중 27%가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경향신문 뉴스를 보는 누리꾼 독자 중에도 모바일 접속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토·일요일에는 모바일 뉴스 독자가 인터넷 웹사이트 접속자와 맞먹거나 넘어서고 있다. 외출 여가시간이 많은 주말·휴일에는 집에서 컴퓨터를 켜기보다 모바일로 손쉽게 뉴스를 접하는 독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바일 뉴스의 최대 장점은 간편함이다. 언제 어디서나 좁은 공간에서도 기기 조작이 쉽다는 것이다. 또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최신 뉴스들을 주욱 훑고 지나갈 수 있기도 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화면이 작아서 자세히 보기가 불편하다. 또 시간과 인터넷 접속 제약 탓에 다소 어렵고 긴 글을 차분히 읽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모바일 뉴스가 짧고 가벼운 내용 위주로 채워지는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재단은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3대 포털의 모바일 웹 초기화면 기사의 62.4%가 연예·스포츠 분야”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 분야 14.6%, 국제 6.6%, 정치·경제 각 5.5%로 나타났다.


모바일로 뉴스를 보는 독자가 늘어나면서 독자들의 눈높이와 요구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모바일 뉴스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급한 과제다. 그러나 단지 모바일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서 독자들이 별 깊은 생각 없이 가볍게 지나칠 기사만 다량 배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와 입장을 고르게 살펴볼 수 있도록 보다 특화된 뉴스 콘텐츠와 장르를 선보여야 할 일이다.


모바일 기기의 특성만 앞세우면 모바일 뉴스 보기도 오락이나 놀이일 뿐이다. 그런데 뉴스가 놀이에 그치는 게 과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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