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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물욕

opinionX 2021. 7. 8. 09:48

사자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한 이야기는 잘 모르실 거야. 하루는 토끼 대신 사자가 등장, 사자가 거북이를 보더니 혀부터 찼다. “야. 너는 무슨 가방을 다 짊어지고 달리기를 하겠다는 거냐? 가죽 백팩을 메고 달리기하는 놈도 처음 보네.” 그러자 거북이가 가소롭다는 듯 한마디. “짜샤. 머리나 단정하게 묶고 다녀. 앞머리를 좀 자르든가 해라. 한여름에 덥고 답답하지 않냐?”

나도 거북이의 백팩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긴 하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축인데, 가방이 갈수록 간소해지더라. 제주도 정도 간다면 노트북에 속옷이나 한 벌. 더 멀리 일본이나 중국 정도 간다면 트렁크 하나는 들고 가야겠지만, 추천받은 사케나 백주 한 병이면 여행의 끝이 보람차고 행복해. 물건을 모으지 않고 살아야 자유롭다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다만.

넓은 집을 가구들로 좁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아. 살면서 바득바득 모은 것들이 다 쓸모없게 되는 게 인생. 좋아라 두 벌씩 산 옷이나 신발도 유행이 지나면 먼지만 쌓이게 된다. <신과 함께 가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독일의 칸토리안 수도승들 이야기. 이들은 노래하면서 순례 여행을 떠나. 수도승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란 고작 수도원의 규범을 담은 책 한 권, 찬송을 부를 때 필요한 소리굽쇠가 전부였지.

영어로 작별인사 굿바이는 ‘God be with you’. 그러니까 ‘오직 하느님과 함께하라’는 뜻. 물욕과 물심과 함께하며 허우적거리다간 ‘굿바이’ 인생을 살 수가 없어. 인생의 가장 ‘알’찬 사업은 계란 장수 말고는 없다더군. 사업을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승용차나 집을 몇 번 바꾸고 나면 누구나 화장실이 아닌 화장터로 실려 가고 만다. 다음 대선을 앞두고 백팩에 뭐가 들었나 열어보는 시간. 재산 형성 과정, 물욕은 어떤지 맨 먼저 살펴야 하겠다. 또 기후위기 앞에서 지구별 생명들을 보듬어 안는지도.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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