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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이번주 마무리된다. 12개 상임위는 21일, 기획재정위 등 3곳은 24일 각각 상임위별 종합감사를 끝으로 종료한다. 올 국감은 예상했던 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블랙홀이 되면서 상임위 곳곳에서 ‘조국 난타전’이 펼쳐졌다. 야당의 ‘조국 때리기’와 여당의 ‘조국 지키기’가 정면충돌하는 바람에 민생·정책 국감은 뒷전으로 밀렸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허비해도 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여야는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여진을 이어갔다. 이대로라면 청와대를 상대로 한 운영위 국감 등 남은 일정도 마지막까지 조국사태에 묻힐 게 뻔하다. 예년 같으면 매일 쏟아지는 의원발 국감자료도 올해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도 정책 이슈 면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넘어 역대 최악의 국감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여야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의 욕설·막말·고성으로 볼썽사나운 장면도 벌어졌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향해 “웃기고 앉았네.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했다. 행정안전위 국감에서는 조 전 장관 호칭을 둘러싼 대립 속에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같이 탄핵됐어야 할 의원이 한두명이 아니다”라고 하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야, 너 뭐라고 얘기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실망을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지금 나라는 경기 침체와 북·미 비핵화 협상, 한·일 갈등,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에는 1만건도 넘는 법안들이 먼지만 쌓인 채 방치돼 있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0%도 안된다. 반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여야 정쟁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엊그제 주말에도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또다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조 전 장관 사퇴로 일단락될 듯하던 시민들의 ‘광장정치’가 되살아난 건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은 피할 수 없지만, 할 일은 하고 싸워야 한다. 국회는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이번만큼은 민생을 살피는 데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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