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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야권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다. 야권은 이에 반발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향후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표결, 다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 대해 원활한 협조는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권은 앞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사퇴에 따른 책임을 지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안경환 후보자 낙마의 책임을 지고 검증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는 어제 대안으로 이번주부터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단수 또는 2배수로 하던 정밀 검증 대상을 최소 3배수로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 초기라고 해도 인사 절차를 약식으로 진행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법무부 장관 등 남은 3명의 장관 인선에서 또다시 검증에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걸어가며 강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가운데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허물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대여 공세는 지나치다.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이 때문에 협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과잉 대응이다. 여소야대 국면을 이용해 내내 공세만 펴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강 장관에 대한 시민들의 견해는 ‘하자는 있으나 낙마시킬 만큼 심각한 결격 사유는 없다’는 것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임명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안경환 후보자의 검증 실패를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로 연결시킨 것 역시 온당치 않다. 과거 한국당 집권 시절 장관 후보자 검증을 한번 잘못했다고 민정수석을 사퇴시킨 사례는 없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원내대표가 조 민정수석을 국회로 불러 따지겠다는 것도 엄포가 아니라면 과도하다. 시민은 외면한 채 과거 여당이었을 때 받은 수모를 되갚아주겠다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 인사와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당의 태도이다.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보인다는 것이 고작 한국당 따라하기라니 한심하다. 국민의당은 자신들의 행위가 호남의 문 대통령 절대지지 민심에 부합하는지 자문할 일이다. 안경환 후보자 사퇴에서 보듯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는 시민들도 외면한다. 협치를 볼모 삼아 공세만 취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다.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치할 때는 협치하는 야당의 모습을 시민은 기대하고 있다. 향후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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