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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발 물류대란’에 대처하는 정부를 보노라면 과연 시민들이 정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컨트롤타워와 부처간 소통 부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다루는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측면에서만 해운업 구조조정에 접근했다. 해운산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논의 과정에서 소외되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할 수 없었다. 청와대와 총리실, 기획재정부 어느 곳도 적극적으로 나서 사안을 조율하지 못했다. 한진해운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업계의 물류대란 우려도 컸고 사전 대비책 마련이 필수적이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을 내놓은 6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한 방문객이 로비에 전시된 컨테이너선 ‘한진 수호’의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모두 수수방관하다 한진해운의 배가 억류되고 입항·하역 거부 사태가 벌어지면서 파문이 커지자 비로소 움직였다.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는 지난 4일에야 꾸려졌다.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수행 중이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중국 항저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1주일 만에야 장관들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발간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백서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느라 책임지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위기에서 소통력이 부족했다”고 자인했으나 말뿐인 반성에 그치고 있다.

유 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로 입을 맞춘 듯 “안전하게 화물을 운송할 책임은 한진해운에 있다”며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맡은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한진해운 측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 제공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혼란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외부세력 운운하며 비판여론을 잠재우려 했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전기료 누진세 개편에 완강하게 저항하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간 만남에서 필요성이 언급되자 허겁지겁 대책을 내놓았던 모습도 다시 재연됐다. 6일 당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요청을 받고서야 한진그룹의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1000억원 이상의 장기 저리자금을 긴급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런 정부로 조선 등 취약산업의 추가 구조조정을 비롯해 국가적 현안을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을지 시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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