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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정부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난 20일 방미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총선이 있는 내년 4월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국당이 선거에서 불리하니 이를 연기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는 얘기다. 방위비 협상과 관련, 초당적 외교를 하러 간 자리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한국당 선거를 도와달라고 매달린 셈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선거 이해득실 때문에 ‘한반도 평화’마저 미국 측에 거래하고 공작하려 했다니, 참담하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나 원내대표는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지난해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같이 다음 정상회담마저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정상회담의 취지마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방한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날 때부터 일관되게 미국 측에 이런 요청을 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지방선거 참패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문이라는 인식부터 지독한 민심 오독이지만, 선거에 눈이 멀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마저 반대하다니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1997년 대선 당시 북측에 휴전선에서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총풍 사건’을 비롯해 선거 때마다 ‘북풍’을 획책해온 DNA가 한국당과 나 원내대표에게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이다. 이제 북한에는 안되니 동맹인 미국을 통해서라도 한반도 국면을 어렵게 만들어 총선에 활용하려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이라면 일본에는 총선 전까지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풀지 말아 달라’ 하고, 기업들을 만나서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요청할 판이다. 북·미 대화가 파탄나 한반도 위기가 증폭되고, 경제는 나빠져 민생 불안이 커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이라면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김세연 의원 불출마 선언문)다. ‘매국 정치’로 국익을 위협하고 국민에 모욕감을 준 나 원내대표는 구차한 변명 늘어놓지 말고 당장 통렬히 사죄하고, 응분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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