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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육아휴직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어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510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1%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남성 육아휴직자수는 1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전체 육아휴직자(4만4860명)의 11.3%를 차지해 올 상반기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이는 저출산을 해소하고, 일과 가정을 양립시킨다는 육아휴직 제도의 취지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스웨덴이 32%로 가장 높고, 독일·아이슬란드·노르웨이는 20%를 넘어섰다. 한국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국내에서 남성 육아휴직제가 정착되지 않은 것은 기업 풍토와 인건비 부담 탓이 크다. 육아휴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상사나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신분보장이 되는 공무원은 그나마 덜하다. 민간기업에선 대체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권장하는 기업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대기업 쏠림 현상도 문제다. 올 1분기 대기업 남성 노동자의 육아휴직은 1년 전보다 5%포인트 늘었지만,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는 2.6%포인트 줄었다. 중소·영세기업 남성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부는 2014년부터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일명 아빠의 달)’를 시행해오고 있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자(대부분 아빠)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150만원까지 지급하는 제도다. 노동부는 올 하반기부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부모 모두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 50만~100만원에서 70만~150만원으로 올릴 방침이다. 남성 육아휴직을 늘리려면 더 많은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은 육아휴직을 인건비 부담 차원이 아닌 인적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육아휴직 이용률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직원 한명이 창출하는 기업 이윤이 3.2%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도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세액공제, 가사도우미 지원, 육아휴직 의무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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