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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 부동산을 사들인 넥슨이 매매계약 체결 전 땅 주인의 신상을 알고 있었고,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넥슨은 검찰에서 땅 주인이 우 전 수석 처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시종 진술했다. 우 전 수석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으니 특혜 매입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이 갖고 있던 ‘소유자 인적 사항 정리’라는 문서를 확보했다. 넥슨 실무자들이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이 문서에는 ‘이상달씨 자녀 둘째 이민정, 남편 우병우(서울지검 금융조사2부장)’로 부동산 소유자가 적혀 있다. 문서 작성 시점이 2010년 9월로 넥슨과 우 전 수석 처가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6개월 전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4월 13일 (출처: 경향신문DB)

검찰은 어찌 된 일인지 이 문서를 경시했다. 은행 대출 자료일 뿐 내부 보고용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넥슨 실무자 등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파트 전세 계약만 해도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누군지 궁금한데 하물며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계약을 하면서 상대를 알려 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는 넥슨 측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이 다른 사건에서도 피의자들의 말을 이렇게 곧이곧대로 수용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넥슨이 매입 과정에서 우 전 수석 처가에 특혜를 주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도 의혹투성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자택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은커녕 휴대폰 통화 내역도 조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겨냥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특별수사팀 팀장은 ‘우병우 라인’의 핵심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수사 받는 신분이었음에도 법무·검찰 수뇌부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검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재직하던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여기에 우 전 수석과 유착한 검찰 고위층의 ‘돈봉투 만찬’ 사건도 터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 특임검사 임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개입과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과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검사들의 비위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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