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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8일 교육 불공정·불평등의 해소 대책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대입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고교 비교과활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학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시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부의 발표는 ‘공정성 강화 방안’이지만, 사실상의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이다. 특히 수시 축소, 정시 확대가 교육 현장에 미칠 파급은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정시비중이 낮은 서울 16개 대학에서 2022년부터 수능으로 신입생 40% 이상을 선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수시모집에서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비율이 1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정시비율은 50%대로 올라간다. 또한 정시 확대로 교실이 수능을 위한 문제풀이 장소로 변질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사교육시장이 활개를 치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늘 수밖에 없다. 교육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수업이 입시준비로 전락하면서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별화교육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필수적인 교사의 권위마저 추락할 터이다. 정시 확대는 곧 공교육 포기다. 

교육부는 학종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자율·봉사·진로활동 등 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를 전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논술 위주의 전형과 특기자 전형도 점차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육부는 학생부 중심의 학종과 수능 위주의 정시로 재편해 입시 전형에서 불공정 요소를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교과 중심의 학생부와 수능 중심의 전형이 공정하고 평등한가는 의문이다. 비교과 영역 학생활동이 학종에 포함되면서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길러주는 전인교육이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능 위주의 입시에서는 학생의 특성을 살리는 개별화교육은 사라지고 획일화된 진학교육만 판을 칠 것이다.   

이번 입시개편안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철학·정책과도 배치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정시 축소, 수시 확대라는 입시 정책을 견지해왔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논의에서 정시확대 여론이 적지 않았지만, ‘2022년 대입 개편안’에서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정한 것은 수시 전형이 공교육 이념에 부합한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학종 불공정’ 여론을 이유로 ‘정시 확대’로 급선회했다. 교육부는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의 이유로 ‘학종·정시의 균형을 맞추라는 국민적 요구’라고 답했다. 무엇이 균형이고, 왜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정시 확대’ 발표에 벌써부터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들은 일방적인 입시정책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보수·진보 교육단체 사이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1년 만에 뒤바뀐 정책 속에서 백년지대계 교육의 미래는 더욱 점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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