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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주변 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8월 초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돈 공천 파문에 이어 최근에는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친박근혜(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역시 친박계인 송영선 전 의원이 박 후보를 언급하며 사업가에게 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이 공개한 송 전 의원과 사업가 ㄱ씨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송 전 의원은 지난 8월 중순 서울의 한 식당에서 ㄱ씨를 만나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1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송 전 의원은 또 “내가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ㄴ의원에게 2·3억만 갖다줬어도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며 자신이 연고가 없는 경기 남양주갑에서 공천을 받은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놀라움을 넘어 어안이 벙벙하다. 8월 중순이라면 새누리당이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을 제명하던 시점이 아닌가. 돈 공천 악재로 당이 난리가 나 있는데 한쪽에서는 버젓이 업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달이 난 것이다.


송영선 의원 친박연대 입당(경향신문DB)


박 후보 주변의 잇단 비리 파문은 새누리당이 자초한 결과다. 박 후보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지난 4·11 총선을 치르면서 “공천과 관련해 어떤 불법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표면화된 지난 7월에도 권력 주변 비리에 대한 단호한 척결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내용이다. 공천을 친박계가 주도하면서 당내에서조차 ‘사천(私薦)’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박 후보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돈 공천 의혹이 터졌을 때도 “(당사자들의) 말이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라며 검찰에 공을 떠넘겼다. 우리는 검찰 수사와 별도로 자체 조사도 병행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는 자세를 주문했지만 연루자의 제명·탈당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안이하게 대처했다. 


송 전 의원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은 어제 정치쇄신특위와 윤리위 연석회의를 열어 제명을 의결했다. 박 후보도 이날 당초 일정에 없던 정치쇄신특위 회의에 참석해 ‘정치권의 부정부패 근절’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수사와 ‘꼬리 자르기’식 대처만으로는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걸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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