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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강원 철원 지역과 인접한 경기 포천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남과 전북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던 AI가 수도권 지역으로 북상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4일 경기 포천시 영북면에 있는 산란계 농가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조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전남(영암·고흥·나주) 7곳과 전북(고창·정읍) 2곳 등 오리농장 9곳에서 나온 AI 바이러스와 같은 유형이다. 올겨울 들어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농장의 계란 반출을 주 2회로 제한하고, AI 발생지역의 가금류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신주 사용도 검토키로 했다.

닭은 오리보다 AI 바이러스에 취약한 데다 전염력도 강하다. 게다가 경기 포천 지역 산란계 농장을 출입했던 축산 차량이 경기 남부와 강원 원주·횡성, 세종시, 전북과 충남 지역의 농가 44곳을 드나든 것으로 확인돼 AI가 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포천 지역은 전국 최대의 닭 산지여서 AI가 확산되면 ‘계란 대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AI가 전국을 휩쓸어 가금류 3800만마리가 살처분됐고, 계란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경제적 피해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무엇보다 경기 포천 지역은 강원 철원군과 인접해 있는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과도 멀지 않다. 포천과 달리 철원에는 대규모 사육단지가 없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겨울 철새나 축산 차량 등에 의해 AI가 강원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전 세계 80여개국에서 선수와 취재진, 관광객 등 40여만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올림픽이 열리면 AI 확산 방지에 효과적인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럴 때 AI가 창궐하면 대회 진행에 차질을 빚어 올림픽 개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라도 AI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축산 농가들도 출입자 이동 제한과 축사 소독 등 필요한 조처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AI 방역망이 뚫리면 재앙 수준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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