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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년부터 도내 학교의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표면화돼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제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도 유치원을 포함한 누리과정 예산의 절반 이상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거부 선언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맞장구치는 등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이 동조하고 진보 성향의 각 시·도 교육감들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책임 공방과 무상복지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처음 내세운 공약이었다. 무상보육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와 보궐선거 등을 거치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고 박 대통령과 홍 지사도 선거공약에 포함시킨 바 있다. 무상보육 또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도 공약했다. 여야 공통공약이나 마찬가지인 두 사안을 놓고 어느 쪽이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서로 상대방의 것을 외면하고 공격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다시 포퓰리즘으로 몰면서 재검토할 태세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은 무상보육은 국가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일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내년부터 도에서 지원하는 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_ 연합뉴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물론 돈이다. 세수가 부족한 데다 예산 마련 대책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탓이다. 올해 무상급식 예산은 2조6000억원으로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분담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4조원에 이르는 무상보육 재정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긴 데서 비롯됐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에 막대한 짐을 지운 것은 누가 봐도 무책임한 일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무상급식 예산 5000억원을 무상보육 예산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하니 ‘무상급식 죽이기’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복지국가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 복지정책이라고 할 무상급식·무상보육을 파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의 어려움이 복지 과잉에 있고 무상급식이 마치 그 원흉인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된다. 한국의 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이고 조세부담률도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치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내년 예산을 20조원 증액하면서 유독 무상급식에만 인색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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