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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섰다. 안 원장은 엊그제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후 며칠 내에 대선 출마에 대해 국민께 입장을 밝히겠다”고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선 “하필이면 이때…”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이 뜰 만하면 안 원장이 끼어들어 눈과 귀를 잡는다는 듯한 푸념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안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달리는 것은 제1야당다운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은 보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당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단일화 후보 선호를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을 앞선 그날 출사표를 예고해 국민들의 눈길을 빼앗아갔다고 해서 원망만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정치다. 설사 안 원장 지지율이 상승한다 해도 민주당에 해로울 것이 없다. 후보 단일화 목표가 야권 후보의 쟁취에 있다면 모를까 대선 승리에 있다면 상대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제대로 선출된 민주당 경선 1위 후보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온 안 원장과의 정면 대결이 성사된다면 올 대선의 본선을 방불케 할 만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닌가. 민주당 당내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고, 고심해온 안 원장이 출마를 굳힌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민주당이 마이너리그를 벗어나 메이저리그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향신문DB)
지금 민주당에 요구되는 것은 ‘안철수 변수’에 따른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니라 본격화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 단일화 논의에 내용을 채우는 일이다. 같은 야권, 한편이라는 막연한 진영 논리나 여야 간 쟁투 차원을 넘어서는 실질적 경선을 만들어내느냐 못하느냐에 후보 단일화의 궁극적인 성패가 달려 있다. 정책과 비전을 둘러싼 정면 대결이 답이다. 안 원장이 비전·정책 측면에서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과 거리가 가까운 건 사실이나 그게 다는 아니다. 증세론의 경우 민주당은 부자증세를, 안 원장은 보편적 증세론을 펴고 있다. 증세론에 대한 양측 대결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대한 경제민주화 검증은 물론이고, 증세론을 본격적으로 이슈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양측의 지향점이 같다 하더라도 누가 잘 실천할 수 있는가,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는 또 다른 문제, 즉 비전이다.
야권후보 단일화의 대의가 정권 교체라면 민주당과 안 원장 양측의 대결은 서로를 죽이는 ‘루저들의 게임’이 아니라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윈-윈 게임’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양측 대결이 진지하고 치열할수록 각각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단일화 후보의 경쟁력도 치솟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로의 단일화냐는 원초적 질문을 포함한 양 진영의 미래 역시 그들이 어떤 경쟁을 펼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야권은 모처럼 국민들의 눈과 귀를 끌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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