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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어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유약한 결단력과 계파 패권주의 등으로 패했다는 취지의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놨다. 평가위는 또 한명숙·이해찬·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실명으로 언급하면서 그들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와 별도로 사전 준비와 전략 기획의 미흡, 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저하 등을 전술·전략적 측면에서의 6대 패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평가서는 대선이 끝난 지 무려 4개월이 돼가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최소한 2월, 늦어도 3월이면 나왔어야 할 분석이고, 지금쯤은 이 같은 자성을 토대로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이다. 결과적으로 4·24 재·보선이나 5·4 전당대회 일정 등과 맞물리면서 대선 평가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실명 평가서가 나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진전이다. 거론된 당사자 가운데는 억울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대선 패배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네 탓이오’ 논란만 있어온 민주당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라도 ‘내 탓이오’라는 진실된 자성이 나올 만한 계기는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평가서 내용 못지않게 당사자를 포함한 조직원들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본다. 평가서가 밝히고 있듯이 이 같은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위기와 실의 또는 멘붕 상태에 빠진’ 조직 구성원의 마음에 신뢰와 희망을 주고 상처를 치유하여 다시 손잡고 나아갈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평가서가 누군가에게 책임을 덮어씌워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아가기 위한 함정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성찰이고, 다짐의 장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마저 이룰 수 없다면 이번 평가서는 각 계파 간의 권력 싸움을 부추기는 불쏘시개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현 민주당의 위기는 대선 패배 그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다. 안이한 패인 분석은 물론이고, 패배의 실체마저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불감증이 진짜 원인이다. 민주당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민주당 외에 대안이 있겠느냐는 착각에 빠져 있는 이유다. 이대로 가면 정치적 사망 선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도 애써 외면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대선평가서는 이러한 현실을 깨우치는 각성제가 돼야 한다. 이런 평가서를 받아들고서도 서로 삿대질만 해댄다면 더 이상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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