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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와 경기 안산동산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심사에서 탈락했다. 전북교육청은 20일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아 기준점수(80점)에 미달했다”며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경기교육청도 안산동산고가 기준점수(70점)에 미달했다며 지정취소 방침을 발표했다. 

자사고 지정취소는 학교 관계자 청문과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이들 학교는 내년 3월 일반고로 전환된다. 과거 자사고 지정이 취소돼 일반고로 전환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산고의 경우 신입생을 전국단위로 모집하는 소위 ‘입시 명문고’라는 점에서 교육현장에 미치는 파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 연합회 회원들이 전북 상산고의 자사고 취소 결정이 내려진 20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이명박 정부는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도입·확대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는 고교 서열화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 이들 학교가 성적 우수학생을 선점하면서 일반고 황폐화는 가속화했다.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권리는 국·영·수 위주의 입시교육 수단으로 변질됐다. 상산고의 경우 전국의 중학생 가운데 수학·과학 우수자들을 모아 다수의 의대 합격자를 배출해왔다. 일반고 2~3배에 달하는 등록금은 계층 간 위화감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포함시킨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상산고 측은 평가 결과가 형평성과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기준점을 타 시·도(70점)보다 높은 80점으로 잡은 데다, 자신들이 받은 점수가 기준점에 불과 0.39점 모자란다는 게 이유다. 기준점 설정은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다. 그럼에도 학교와 학부모들이 불만이 있다면 청문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면 된다. 

단추를 잘못 끼웠음을 발견했다면 첫 단추부터 다시 끼우는 게 해결책이다. 출발부터 잘못된 자사고체제를 그대로 놓아둔 채 공교육 정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 전북과 경기 외 다른 지역도 재지정 심사 대상에 오른 자사고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공정하고 치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해선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는 한편 기존 일반고 육성책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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