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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원 3명이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쓰고 추천 수를 올렸다는 ‘댓글조작’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 때 온라인 지지활동을 대가로 무리한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조작을 벌인 것이 사건의 본질이다. 수사당국은 석연치 않은 점들을 낱낱이 밝혀야겠지만, 한국 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사이버 여론조작에 대해 경각심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인터넷의 보급에 따른 사이버 여론 공간의 등장은 한국 사회의 여론 형성에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권력이 시민의 사고를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던 독재체제가 종식되고, 사이버 여론 공간이라는 신세계가 등장함으로써 한국의 사이버 민주주의는 꽃을 피웠다. 소수의 정보제공자가 유리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다수의 수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여론을 지배하던 불평등한 상황이 평등한 소통관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인터넷 뉴스의 댓글, 다음 아고라에서 시민들은 평등한 주체로서 참여해 토론하고 숙의하는 공론장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그러나 사이버 공론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에 의해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국정원이 댓글 알바를 동원해 사이버 공간의 토론을 훼손하고 왜곡한 것은 국가권력이 공론장 설립 자체를 막던 독재체제 방식보다 더 음험하고 악랄한 범죄였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댓글 알바가 평범한 시민인 양 공론장에 침입해 담론형성을 지속적으로 왜곡함으로써 공론장은 신뢰를 잃어버렸다. 사람들은 ‘사이버 여론이란 으레 조작되게 마련’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됐다. 이번에 적발된 민주당원들처럼 여론조작을 통해 사익을 취하려는 이들도 나타났다. 홍보대행사가 댓글 순위조작을 기획해 기업에 제안하는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이버 공간은 또다시 여론조작 유혹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상대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가짜뉴스도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모임·단체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시하는 행위는 합법적인 의사표현이지만, 건전한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론형성 과정이 신뢰를 잃게 되면 민주주의는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여론조작을 뿌리 뽑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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