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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무능으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글로벌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4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68척이 23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비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대미 수출 차질을 우려했다. 미국 소매업계까지 쇼핑철을 맞아 물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진해운이 국내 1위, 세계 7위 글로벌 해운업체란 점에서 파장이 없을 수 없지만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지난 3일 인천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 한진 로고가 찍힌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 자체는 불가피한 결정일 수 있다. 대주주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실 기업을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혼란을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항만, 물류 분야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 경제 조정을 맡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이 미리 머리를 맞대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0개월이 지났고 3개월 전부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시간도 충분했다.
지금까지 정부 대책은 졸속 그 자체다. 현대상선 선박 13척을 긴급 투입하는 계획도 아시아~미주 노선은 오는 8일, 유럽 노선은 12일부터 시작된다. 납기가 생명인 수출업체들로선 한시가 급한데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해수부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 주재 회의에서는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컨테이너들을 반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업계의 호소가 이어졌지만 별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기재부와 협력해 방안을 찾겠다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4일 해수부 장관 주재로 9개 부처가 참석해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지만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물류대란이 현실화한 뒤에야 범정부 대책기구가 출범한 꼴이다. 대책에는 국적 선사들의 기항지 확대 검토 등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한진해운 법정관리 논의가 금융위 중심으로만 진행되면서 해수부가 논의 구조에서 소외됐다는 얘기도 많았다. 업계에서는 물류대란 우려에 정부와 채권단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무사안일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 정부는 단기적인 물류 문제 해결이 가장 급선무임을 인식하고 관련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추락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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