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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한 달여간의 ‘조국 정국’이 일단락됐다. 야당은 장외투쟁에 나서고 정국은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대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조 장관 등 장관급 6명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명을 강행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치지 않은 장관급 인사는 모두 22명으로 늘었다. 5년 임기의 절반도 안됐는데 과거 박근혜(10명)·이명박(17명)·노무현(3명) 정부 때의 기록을 넘어섰다. 

장관 임명은 물론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취지와 결과를 무시하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때마다 야당의 반발로 정국은 경색되고 국정은 추진동력을 잃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청문회제도를 없애는 편이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자리에서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제도 취지대로 운용되지 않고 국민통합과 좋은 인재 발탁에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에도 “좋은 사람을 발탁하려고 청문회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정쟁화하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고 실제로 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청문회가 본질을 벗어나 정쟁의 장(場)으로 변질되고, 과도한 신상털기식 검증 관행에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닌 게 아니라 인사청문회가 후보자 검증이란 본질은 사라진 채 당리당략과 정치공세가 난무하고, 인신공격·흠집내기를 위한 ‘정치 청문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5촌 조카에 돌아가신 부친의 묘비까지 뒤져 명예와 인격을 훼손하니 어느 누가 선뜻 고위공직자가 되려 하겠는가. 역량 있고 경험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이런 이유로 고위공직을 기피한다면 명백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현 정권뿐 아니라 다음 정권에도 되풀이될 문제이기도 하다. 2000년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청문회제도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도덕성 부문은 비공개로 사전(事前) 검증하고, 이를 통과한 사람에 대해 국회가 정책 청문회를 여는 분리방안도 제시돼 있다. 좋은 인재가 등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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