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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후원금 유용 의혹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2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전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뒤 이 할머니에 대한 인신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치매다” “노망이 났다”는 혐오표현에서부터 “대구 할매” “참 대구스럽다” 같은 지역 비하 발언, 정권 반대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정치공작설’ 등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 할머니와 관련한 과거 기사를 왜곡해 전사한 일본 군인과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고 주장하며 친일 행적을 날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인 등 유명인이 추측성 발언으로 이 할머니 비판에 가세한 점이다.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와 변영주 영화감독은 이 할머니의 기억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 할머니 2차 기자회견 뒤 배포된 회견문과 실제 언급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 할머니의 문제 제기를 윤 의원이 할머니의 국회의원 출마 반대에 대한 분노 때문인 것처럼 말했다. 모두 확인되지 않은 일들이다. 이 할머니 측은 영혼결혼식을 올렸다는 주장에 대해 “1998년 대만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형 2개를 들고 와 영혼결혼식을 시켜주면서 위령제를 올린 것”이라고 정정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면 공격하는 비이성적인 행태가 씁쓸하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5월26일 (출처:경향신문DB)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할머니에 대한 2차 가해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남 의원은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는 2차 가해는 이 할머니의 메시지를 흐리고, 편 가르기를 낳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에 도움이 안 되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주체적 말하기를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이 할머니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비난, 음모론은 희생자인 이 할머니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이런 행위는 위안부운동의 본질을 흐릴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할머니의 문제 제기로 모두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운동 방식을 점검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할머니의 비판을 성숙한 태도로 수용해 세계사에 남는 여성인권운동으로 도약시켜야 한다. 그래야 이 할머니의 바람대로 한·일 학생 교류와 교육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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