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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스웨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인 남북한 여자탁구가 전격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했다. 대한탁구협회는 대회에 참가한 남한 여자대표팀이 북한과의 단체 8강전을 앞두고 단일팀 구성에 합의함에 따라 경기 없이 4강에 올랐다고 3일 밝혔다. 남북한이 탁구 단일팀을 구성한 것은 1991년 지바탁구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당시 단일팀 코리아는 중국을 꺾고 단체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단일팀은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 회장의 주선에 따라 현장에서 이뤄졌다. 현지에서 벌어진 국제탁구연맹 재단 창립기념회 이벤트 가운데 하나로 펼쳐진 남북연합팀의 시범 경기 도중 바이케르트 회장의 제안으로 남북 대결 없이 단일팀을 구성해 4강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남북이 사전협의 없이, 그것도 현장에서, 선수단끼리 합의한 단일팀이 그대로 성사되었다는 것은 ‘판문점선언’ 이후 완전히 달라진 남북관계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한다. 남북한 정상이 협의 없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오간 것과 마찬가지로 민간교류 역시 아무런 준비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단일팀 유니폼이나 단일기가 준비되지 않았지만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27년 전 지바대회 때 쌓은 탁구 단일팀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46일간 합숙훈련 및 대회출전을 통해 현정화·홍차옥·리분희·유순복 등 단일팀 선수들은 작은 통일을 이뤘다. 남북한 선수들은 이후에도 각종 국제대회 때만 되면 친남매처럼 스스럼없이 지냈다. 비록 지바대회 이후 단일팀을 구성하지는 못했지만 46일간 쌓은 단단한 신뢰가 27년 만에 다시 단일팀을 구성하는 데 초석이 됐다. 또 탁구가 남북교류의 선봉장을 맡아야 한다는 책임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탁구 단일팀 구성이 결코 어느날 느닷없이 성사된 ‘깜짝쇼’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사례가 보여주듯 체육이나 문화 교류는 어떤 정치적인 고려나 절차 없이도 남북 양측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이뤄낼 수 있다. 이번 탁구 단일팀을 오는 8월 열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서 남북한이 더욱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마중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체육 분야뿐 아니라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과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 등 문화교류도 더욱 활성화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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