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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쌓이면서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모펀드 거액 투자, 친·인척 간의 부동산 위장 매매 의혹, 웅동학원 채무 변제 회피 의혹 등 조 후보자 가족의 재산 관련 의혹들은 일반의 상식으로는 쉬 납득되지 않는 의문투성이다. 여기에다 조 후보자 딸의 학업 관련 의혹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는 시대정신인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분노의 반향이 심상치 않다. 특히 청년들은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건까지 소환하며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의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8월 21일 (출처:경향신문DB)

조 후보자 딸은 외고 재학 시절 2주가량 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하면서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무려 6년간 연구한 성과물을 집약한 논문에 함께 참여했던 교수·연구원을 제치고 인턴인 고등학생이 연구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셈이다. ‘열심히 인턴한 정당한 성과’라는 후보자 측의 해명을 대학에서 논문 작업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본 사람이라면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게다. 조 후보자 딸은 논문 등재 1년 뒤 대입 자기소개서에 그 이력을 밝혔고, 고려대 수시전형에 합격했다. 논문 등재 과정에서 특혜와 부정은 없었는지, 이 논문이 대입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조 후보자 딸은 또 부산대 의과전문대학원을 다니면서 두 차례 유급하고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장학금을 한 번 받는 동안 조 후보자 딸만 여섯 번을 받았다. ‘낙제생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격려하는 차원’으로 지급됐다는데 어불성설이다. 반값 등록금 논쟁 때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창했던 조국 교수는 어디 있는가. 조 후보자 딸은 외고, 고려대, 부산대 의과전문대학원에 진학할 때 사실상 필기시험을 한 차례도 치르지 않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조국판 ‘스카이캐슬’이란 비아냥이 나올까 싶다.

조 후보자는 20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딸이 대학 또는 대학원에 부정 입학을 했다는 의혹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부정 입학 시비는 ‘논문 의혹’에서 연유한 것이기에 차후 규명이 필요할 터이다. 조 후보자는 당장의 궁지를 ‘위법은 없다’거나 ‘비판을 받아들인다’는 식으로 넘기려 해선 안된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공분을 직시해야 한다. 청문회 이전이라도 진솔하고 소상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이 문제를 가벼이 여긴다면 조 후보자 차원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 ‘정의’를 캐묻는 상황으로 내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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