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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발생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는 급유선과 낚싯배 쌍방과실이 사고원인이었다고 인천해양경찰서가 11일 발표했다. 해경은 낚싯배와 충돌한 급유선 선장이 사고 전 낚시 어선을 발견하고도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1분쯤 전 두 배 간의 거리가 300m에 불과했고, 그 상태로 항해를 계속하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인데도 속도를 줄이거나 항로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이다. 급유선 선장은 경찰에서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 갈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두 배의 크기를 고려하면 비좁은 도로에서 대형 트레일러가 앞서가는 경차를 발견하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다가 그대로 들이받은 셈이다. 낚싯배에도 문제가 있었다. 선창1호의 갑판원은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채 식당에 가 있었다. 야간항해 때 1인 당직을 금지한 해사안전법의 안전 수칙 위반이다.

두 선장 모두 배를 몰기에 적합한 면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선박 개조나 과적 같은 불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재(不在)했던 것은 안전 수칙이 아니라 직업윤리였다. 한마디로 ‘괜찮겠지’ 하는 안이함이 15명이나 숨지는 참사를 불러온 것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안전대책들을 쏟아내지만 참사는 반복된다. 지난 9일 경기 용인시 농수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현장 타워크레인 사고는 정부가 지난달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채 안돼 벌어졌다. 아무리 그럴듯한 대책과 매뉴얼을 내놔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 나올 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안전을 거추장스러운 일로 여기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풍조 탓이다. ‘안전불감증’이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복불복’ 심리다.

안전불감증의 만연은 그만큼 사람목숨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뜻도 된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는 인명을 경시하는 사회가 돼 있다. 더군다나 현장에서 위험한 일은 대체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몫이 된다. 그러다 보니 안전 문제는 남의 일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동안의 수많은 사고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외형상으론 어느 정도 선진국 수준의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제는 제도라는 ‘뼈대’에 직업윤리라는 살을 붙여야 할 시기다. 안전업무 종사자들은 사소한 문제라도 가볍게 넘겼다간 언제든 누군가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안전에 신경 쓰는 동료에게 ‘쓸데없는 일 한다’고 핀잔 주는 풍토도 사라져야 한다. 영흥도 낚싯배 사고를 직업윤리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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