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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의 독자적인 핵개발 등 핵무장론이 집권당과 일부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핵포럼)’을 이끌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억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성명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이전과 다른 강력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역시 전날 “핵무장도 논의 테이블에 과감하게 얹을 때”라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해야 북한의 핵 야망을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1일 오전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처럼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한국이 독자적인 핵개발에 나서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한다. 원유철 의원은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 회원국의 경우 탈퇴할 수 있다고 명시한 NPT 10조 규정을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해 온 한국의 NPT 탈퇴가 국제사회에 몰고 올 충격과 국제적 신인도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1990년대 초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한 전술핵의 재배치는 새누리당 일부 의원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꽤 그럴듯한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역시 비현실적이다.
한국은 이미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 단거리 미사일 등에 장착되는 소형 핵무기인 전술핵은 미국의 항공모함, 전폭기 등으로도 충분히 운반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땅에 전술핵이 들어온다면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도 잃게 된다.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다고 해서 미국이 응할 가능성도 낮다. 그럼에도 민간의 일부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 즉각 폐기,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한·미동맹조약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보수세력이 한·미동맹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는 핵무장론을 주창하는 게 아이러니다. 동북아에 핵확산 도미노를 부른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제재 일변도의 대북 강경정책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 능력 강화를 막는 데 실패했음을 새누리당은 인정해야 한다. 현실성을 결여한 핵무장론은 대북 정책 실패를 덮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안보정치일 뿐이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향한 막가파식 행보에 우리도 똑같이 대응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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