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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편의 소극(笑劇)으로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탈당 의사를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했다. 박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을 사퇴하고 원내대표직은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당의 대표가 느닷없이 탈당 의사를 밝히며 종적을 감추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해 놓고선 아무 일 없었던 듯 “책임감만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돌아왔다. 130석을 지닌 제1야당의 대표가 탈당을 운위하며 무책임한 ‘협박 정치’를 저지르고, 깜짝 놀란 원내대표단은 ‘의원 전수 조사’를 통해 소위 ‘박영선의 질서 있는 퇴진’ 각본을 만들어 봉합하기에 급급했다. 지지율 10%대가 말해주듯, 이미 신뢰가 바닥난 제1야당의 지리멸렬이 한심할 따름이다.

분명코 새정치연합을 수렁에 빠뜨린 ‘박영선 소동’은 본인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두 차례의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하면서 기본적인 당내 의견 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세월호 유족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도 최소한의 소통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이 연거푸 의원총회에서 거부되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이 당내 절대다수의 여론에 의해 부정됐다. 박 위원장 리더십의 심각한 빈곤을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나쁜 결과’에 대한 엄중한 책임의식은커녕 탈당을 운위하며 칩거 시위를 벌여온 박 위원장의 태도는 공당의 지도자로서 분명 함량 미달이다. 당이 파열할 수도 있는 누란의 지경에서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계파 이해와 차기 당권의 득실에 골몰해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일관한 것도 새정치연합의 자중지란을 가중시켰다.

나흘간 칩거중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겠다"며 당부 복귀를 선언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박 위원장은 원내대표로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미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그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추동할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특별법 ‘2차 합의’ 외에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그 ‘2차 합의’를 덜컥 해놓은 당사자인 박 위원장이 추가 협상을 통해 세월호특별법을 매듭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에두를 것 없이 새로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속히 뽑아 리더십을 추슬러야 한다. 세월호특별법을 걷어차고, “민생법안을 처리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라”고 내놓고 야당을 겁박하고 의회민주주의를 조롱하는 대통령을 두고 의례적인 논평 하나 내고 마는 제1야당은 존재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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