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장애인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새끼손가락을 구부리지 못하는 사람과 대소변 처리를 혼자 할 수 없는 사람 모두 지체장애인이다. 겉으로 표가 나지 않은 사람, 앉지 못하는 사람, 음식 삼키기 어려운 사람이 같이 뇌병변장애로 진단받는다. 발달장애인 중에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자해 행동이 심해 약물치료와 보호 장구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시·청각 장애인도 있고 정신장애인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모든 사람을 장애인이라는 한 단어에 넣고 그들의 복지를 이야기하고, 대학에서 장애인복지론 한 과목을 공부한 사람들이 그들의 복지를 담당한다.

학교를 졸업하면 장애인이 갈 곳은 개인의 능력과 상태와 상관없이 주간 또는 단기보호소, 장애인복지관뿐이다. 그나마 장소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여 몇 년을 대기해야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그곳은 대부분 넓지 않은 실내 공간에 공격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장애인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이 같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이 커지고 행동을 예상할 수 없고, 제어하기 어려운 발달장애 성인은 대부분 여성인 돌보미들이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주간·단기 보호소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의 대부분의 성인장애인들은 집에서 가족이 돌봐야 한다.

성인 또는 사춘기가 지난 장애인들을 집에서 돌봐야 하는 엄마들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음식을 만들거나 몸을 씻을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생활이라는 게 없다. 단 몇 분의 휴식을 아쉬워하며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한다.

얼마 전 12층 난간에 매달린 딸을 붙들고 견딘 엄마의 일상이 어떠했겠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장애인 부모들에게 12층 난간 밖으로 나간 자식을 붙들고 있으라고 할 것인가?

이정미 | 장애아동교육 전문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