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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면 잘 있던 아이가 없어져 동네방네 목이 터져라 찾아다닌 경험이 한두 번쯤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그것도 바로 코밑에서 아이를 찾기 일쑤고요. 급하고 애가 타니 평소라면 가장 먼저 확인했을 것을 놓치는 게 사람입니다.

속담으로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가 있습니다. 등 뒤에 애를 둘러업은 채 사방으로 그 애를 찾아다닌다는 이 속담은, 너무 가까운 일은 오히려 먼 데 일보다 모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속담에서 ‘삼 년’은 사실 ‘삼면(三面)’이어야 옳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업은 아이 삼면 찾는다’라고 해야 맞겠지요. 사람은 올빼미, 부엉이가 아니라서 목이 270도는커녕 180도조차 돌아가지 않습니다. 눈동자까지 굴려 봐도 사람은 목만 돌려서는 뒤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뒤에 업은 애는 황망한 눈이 아닌 차분한 손으로 등을 더듬어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삼면’ 대신에 ‘세 이웃’을 넣어 ‘업은 아이 세 이웃 찾는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세 이웃도 삼면과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앞집, 옆집 다 울 듯이 우리 애 못 봤냐고 소리치다가 생각지도 않게 뒷집에서 등 뒤에 업은 애 알려주기 전까지는 까맣게 모른다는 말입니다. 하나 뒷집은 건물 배치와 시야, 거리, 심리 모두에서 멀지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등하불명(燈下不明). 온 방을 밝히지만 등잔 자신은 자기가 만든 그림자 탓에 밑이 어둡습니다. ‘에이 설마’로 뒤통수 맞고, 경황없이 헛고생하고서야 허탈한 후회가 밀려듭니다.

항상 나를 가리는 건 자기 자신이고 자신은 자기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그림자 없는 사람 없듯 아무리 잘나도 맹점 없는 사람 없습니다. CCTV 아래 사각(死角)은 맞은편 CCTV로 볼 수 있듯, 안경 쓰고 안경 찾고 있다고 알려주는 것은 늘 옆 사람입니다. 그러니 가끔은 옆 사람에게 내 그림자 좀 찾아달라고 고개 숙일 일입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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