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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08년의 완벽한 반복이다. 그렇다. 통합진보당의 쇄신파가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라는 분당의 길을 선택했다. 결말까지도 2008년 민주노동당의 소수파와 마찬가지로 분당을 택한 것이다. 이로써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략적 필요성에서 추진한 통합은 1년도 못 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됐다.
이제 문제는 분당 이후이다. 주목할 것은 진보신당의 선택이다. 진보신당은 분당을 결정한 쇄신파의 한 축인 노회찬·심상정 의원 등 통합연대와 2008년 분당 이후 당을 같이해온 세력으로서 통합진보당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맹주인 경기동부연합 등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이유로 합류를 거부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총선에서 독자노선을 걸었지만 1%대의 지지율로 정당 해산을 당하고 재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옛 동지들이 신당을 창당하려고 나선 이상 이들과 재결합하는 것은 상정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될 경우 향후 진보정치는 지난해 통합진보당 창당 이전과 마찬가지로 경기동부연합이 중심을 이루며 패권적이고 ‘종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민주노동당계의 진보정당과 당내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북한에 비판적인 새 진보정당의 이분구도로 나가게 될 것이다.
제 19대 총선 선거운동 당시의 김순자 씨 (출처 :경향DB)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를 가로막는 변수가 있다. 그것은 쇄신파의 또 다른 축인 유시민 전 의원 등 국민참여당 계열이다. 물론 진보신당 세력이 통합진보당 합류를 거부한 것은 경기동부연합 등 민주노동당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국민참여당계는 정치공학적 이유에서 통합진보당에 합류했지만 그간의 정치적 행보나 정강 등을 볼 때 진보세력이라기보다는 자유주의세력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문재인 의원처럼 민주통합당에 합류하는 것이 맞다. 이 같은 국민참여당계가 쇄신파 내에서 다수파를 구성함으로써 이들이 만들 새 진보정당은 기존의 진보정당들에 비해 훨씬 우경화할 것이 확실하다. 이는 쇄신파가 최근 진보정당의 대중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군 철수, 재벌해체 등의 당 강령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혁신안을 내놓은 것이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진보신당은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 모임 등 노동의 중심성을 강조하는 진보좌파세력들을 규합해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통합연대계가 국민참여당계와 갈라서지 않는 한 진보신당과 진보좌파세력이 쇄신파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세 개의 진보정당이 경쟁하는 ‘진보 다당제’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구 민주노동당 계열의 진보정당과 이들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에 비판적인 두 개의 진보정당, 즉 진보적 자유주의 노선으로 우경화한 통합진보당 쇄신파의 진보우파정당과 보다 왼쪽에 위치한 진보신당 등이 만드는 진보좌파정당이 경쟁하는 구도이다.
그러나 세 번째 시나리오로 쇄신파가 독자적인 정당을 구성하는 대신 민주통합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쇄신파의 다수파인 국민참여당 계열의 강동원 의원이 이 같은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유시민 전 대표 역시 민주노총과 민주통합당의 전면적 결합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진보정치세력이 민주통합당으로 들어가 진보블록을 형성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피력했다. 다수파인 국민참여당계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할 때, 나아가 쇄신파가 우클릭을, 민주통합당이 반대로 좌클릭을 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시나리오가 가장 합당하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경우 민주통합당의 진보블록이 강화되어 민주통합당의 진보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진보정치는 이석기 의원의 민주노동당계와 진보좌파정당의 양분구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 그 이후’는 어느 길이 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진보정치의 또 다른 격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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