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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네코노믹스

opinionX 2016. 10. 17. 11:30

일본 식당이나 가게, 가정집에 들어서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고양이 인형이 놓여 있다. 일본의 대표적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과 헬로키티의 원형 역시 고양이다. 한국에서는 부정적 의미의 영물로 취급받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 고양이는 복덩이다. 고양이의 예지로 화를 피했다든지 하는 전설은 일본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일본에서 요즘 ‘네코노믹스’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고양이를 뜻하는 일본어 ‘네코’와 ‘이코노믹스’의 합성어다. 단순히 애묘 단계를 넘어 붐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일본의 집고양이는 1000만마리에 육박한다. 직간접적 경제효과는 매년 2조3000억엔(약 22조원)이라고 한다.

출처: 경향신문DB

한국에도 고양이 애호가들이 늘고 있다. 지상렬씨나 선우선씨 같은 연예인의 고양이 사랑이 인터넷을 달구기도 한다. 전 세계 온라인은 온통 고양이 세상이다. 구글과 유튜브 등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를 검색하면 1위는 고양이 사진이나 영상이다. 인터넷 트래픽의 15%가 고양이 관련이라는 분석도 있다. 

왜 고양이인가. 미국 연구진에 따르면 개를 키우는 사람은 더 활발하고 사회규범을 잘 지킨다. 반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내향적이고 섬세하며 편리를 추구한다. 곱씹으면 고양이 붐은 요즘 말로 쿨해져 가는 인간 관계를 반영한 현상인 셈이다. 기실 고양이는 특별히 까다롭지도, 하루 종일 주인의 관심과 애정을 바라지도 않는다. 주인을 좋아하는 것인지 싫어하는 것인지조차도 모호하다. 이런 쿨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집고양이가 주인과 주인집을 오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풍자한 소설이다. 이 고양이가 내린 결론은 “관찰할수록 그들은 제멋대로 행세한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간교함, 허약함을 꼬집는 풍자로 가득하다. 이 고양이라면 요즘의 고양이 붐을 어떻게 볼까. “관찰할수록 그들은 힘겨움이 한계에 달했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변덕을 떠올리면 나를 위안의 도구로 삼는 것 또한 짧은 순간” 정도 아닐까.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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