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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달 착륙 50주년

opinionX 2019. 7. 19. 10:28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반달’은 1924년 윤극영이 작사·작곡한 한국 최초의 창작동요다. 달의 정경과 신화가 어우러진 노래다. 토끼는 달의 신 ‘항아’의 분신이다. 인간 세계에 살았던 후예의 아내 항아는 서왕모가 준 불사약을 먹고 달나라로 도망쳐 신선이 됐다. 항아는 두꺼비로 변신하고 토끼가 된다.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토끼, 달을 갉아먹는 두꺼비 이야기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워싱턴기념탑에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린 110m 길이 새턴 5호 로켓 이미지가 투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태백은 술과 달의 시인이었다. 그는 술잔만 들면 달을 노래했다. ‘흰 토끼는 봄가을로 약 방아 찧고/ 항아 선녀는 외로이 살며 누구와 이웃 하는가.’(시 ‘把酒問月·파주문월’) ‘적객 시인’ 소동파에게 달은 함께 회포를 풀고 고향에 안부를 주고받던 천상의 친구였다. 연암 박지원은 중국 문인을 만나 달에도 세계가 있다면 그곳 사람들 역시 지구를 바라보며 땅의 이치를 논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보인다. 그들에게 달은 계월(桂月)이고 옥토(玉兎)였다. 위성·천체 등의 천문학적 개념은 희박했다. 오랫동안 달은 꿈과 신화, 상상의 터전이었다. 지금도 중국인들은 문학의 달 ‘웨량(月亮)’과 천문의 달 ‘웨치우(月球)’로 구분한다.

1969년 7월21일 오전 11시56분(한국시간),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발을 내디뎠다. 인류 최초의 장엄한 제1보였다. 이날 경향신문은 1면에 ‘인간 달을 딛고 서다’라는 제목으로 달 착륙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45억년 신(神)의 영지를 헤치는 인류의 대창세기’ ‘인류의 위대한 업적’ ‘우주 하이웨이는 힘차게 뚫렸다’…. 암스트롱의 제일성 “작은 한 걸음이었지만 전 인류의 위대한 도약”은 금언이 됐다. 모두들 환호하고 희망에 부풀었지만, 시인 윤극영은 울적했다. 그는 달을 더 이상 노래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급히 펜을 들었다. ‘옥토끼들이 떡방아를 찧고 있는 달나라를 찾아갔더래요/ 첫발 내디디며 두리번두리번 그곳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입니까/ 떡이란 하나도 없고 바윗돌 천지 … 야릇한 생각이 치밀었습니다/ 그것들이 모두 어딜 갔을까요’(시 ‘옥토끼의 본적’, 경향신문 1969년 7월21일자)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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