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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지수(Big Mac index)’라는 것이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회사 맥도날드의 대표 햄버거인 빅맥(Big Mac)을 기준으로 세계 각국의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지수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데, 맥도날드가 전 세계에 진출해 있고, 빅맥이 표준화돼 있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기본 전제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기준 120개 국가에서 3만7000여개 매장, 한국엔 400여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빅맥지수 1위는 스위스(6.71달러), 2위 노르웨이(5.97달러), 3위 미국(5.67달러)이었다. 한국은 17위(3.89달러)였고, 일본 26위(3.54달러), 멕시코 42위(2.66달러) 등이었다. 표준화된 비교가 가능하니 최저시급으로 빅맥을 몇 개나 사 먹을 수 있는지, 최저시급의 상대적 수준도 쉽게 알 수 있다.

맥도날드는 노동과 관련해서도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옥스퍼드 사전에도 실린 ‘맥잡(McJob, McDonald+Job)’이라는 단어는 임금이 낮고 전망 없는 일자리라는 뜻이다. 미국의 노동·사회단체들은 지난 2009년부터 펼치고 있는 최저시급 인상 운동 ‘15달러를 위한 투쟁’의 주 타깃을 맥도날드로 잡았다. 질 낮은 일자리의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주주총회를 점거해 대규모 시위도 벌였다. 노력은 주효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15달러를 달성한 시애틀에서 맥도날드 사업장은 시급을 16달러로 인상했다. 맥도날드는 앞으론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 저지를 위한 로비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16일 정의당이 공개한 맥도날드의 시급제 크루·라이더 등에 대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업무의 시작과 종료 등을 사용자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위법·부당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빅맥지수’가 물가와 통화가치를 비교하듯, 조금 더 나은 노동의 표준화를 위한 ‘취업규칙 빅맥지수’를 상상해 본다. 세계 각국이 매년 발표되는 표준화된 노동조건과 환경을 쉽게 비교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칠 방법은 없을까. 201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맥도날드 알바노조가 탄생할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맥잡을 굿잡으로”였다.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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