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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주년 광복절,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 면회온 두 동생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을 편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중략)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광복 후 귀국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가의 유해 송환에 착수해 1946년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서울 효창공원에 안장하고 이들 ‘삼의사’묘 곁에 안 의사의 허묘를 조성했다. ‘국권이 회복된 고국’에 반드시 안 의사를 모시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김구는 1948년 4월 남북협상회의 참석차 평양을 방문, 당시 김일성 북조선인민위원회 위원장에게 안 의사 묘 발굴을 제안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남북이 함께 안 의사 유해 발굴을 모색한 것은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고 나서다. 2005년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유해 발굴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 이를 바탕으로 2008년 남한 정부가 중국 뤼순감옥 북서쪽 야산 일대를 발굴했으나 실패했다. 아파트 공사로 인해 당초 목표 삼았던 지역의 40%는 발굴조차 못하고 철수하면서, 유해 발굴 사업은 중단됐다. 전문가나 민간단체들이 유력한 매장지로 지목한 옛 뤼순감옥 공동묘지 발굴은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2014년 해당 지역의 땅속을 탐지하는 ‘지표 투과 레이더’ 조사를 중국 측에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중국은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해 기본적으로 남북 합의에 따른 공동사업일 경우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북한과 공동사업으로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정상은 4월 판문점 회담에서 이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70년 전 김구 선생의 제안이 이제야 실현되게 됐다. 남북 공동으로 발굴 사업을 진행할 경우, 중국의 협조도 기대된다. 내후년이면 안 의사 순국 110주년이다. 죽어서라도 “국권이 회복된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안 의사의 유언을 이번에는 받들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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