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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일간인 뉴욕타임스 기자를 포함한 직원들이 8일(현지시간) 자정부터 24시간동안 한시적으로 작업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이같은 파업은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미국의 언론사인 뉴욕타임스 노조가 8일 자정(현지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비록 24시간 동안 하는 한시적 파업이지만, 이 신문 노조가 1981년 6시간 반 제작 거부를 한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이라고 한다. 노조원 약 1400명 중 1100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노조원 상당수가 기자들이어서 이날 하루 신문 제작과 인터넷 콘텐츠의 공백이 생겼다.

뉴욕 뉴스길드(뉴욕 언론노조) 뉴욕타임스 지부는 성명에서 “사측이 노동자들과의 단체협상에 선의를 보이지 않았고, 노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저희 신문 앱을 이용하지 말고, 웹사이트 클릭도 하지 말아달라. 대신 지역 신문을 읽고, 공영 라디오 방송을 들어달라’며 독자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사측은 실망감을 드러내며 비노조원인 간부·해외주재기자 투입, 뉴스통신사 보도 등을 활용해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물가상승에 준하는 임금 인상, 재택근무 확대, 퇴직금·건보지원 증액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문 편집자 안드레아 자가타는 영국 BBC 방송에 “월세가 8% 오른 상황에서 2.8% 임금 인상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 경영진에겐 봉급과 배당을 그렇게 많이 주면서”라고 말했다. 노조는 뉴욕타임스가 재정 상태가 양호한데도 노동자 처우 개선엔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뉴욕타임스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해 대량해고나 파산을 겪는 타 언론사에 비해 여건이 나은 편이다. 파업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 파업은 세계 경제의 어려움이 국경과 직종을 초월해 노동자 대다수에게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세계적으로 파업권이 화두가 된 이때 다른 노동자들의 파업을 보도하는 언론기관 종사자들도 파업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의미도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월20일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를 보도한 것을 알리며 “뉴욕타임스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한국 대통령 인터뷰를 게재한 경우는 최근에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홍보했다. 윤 대통령은 바로 그 신문의 기자들이 보편적 권리로서의 파업을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길 바란다.

<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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