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치인들은 선거철 현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보면 자기가 될지 안 될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더 찾아오고 명함이라도 건넨 정치인의 표가 늘어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발로 뛰는 정치’ ‘악수정치’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정치의 형식도 바꿔놨다.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에 맞춰 온라인 정치, 비대면(untact) 정치가 대세가 됐다.
미국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대선후보로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비대면으로 치르고 있다. 대형 집회는 없고 대부분의 행사는 온라인과 화상으로 이뤄진다. 대회 장소는 밀워키인데 후보수락 연설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진행된다. 전당대회는 대선후보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당원들의 축제의 장이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이번 행사도 주요 정치인들과 지지자 수만명이 모여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을 것이다. 전당대회 후 지지율이 오르는 ‘컨벤션 효과’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전례 없던 미국 대선을 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차기 당대표를 뽑는 8·29 전당대회를 여의도 당사에서 극소수만 참석해 열고 온라인으로 중계키로 했다.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전통적인 체육관 전당대회를 포기한 것이다. 그렇잖아도 관심도, 논쟁도, 비전도 없는 ‘3무 전당대회’ 소리를 듣던 민주당으로선 달갑지 않은 악재다. ‘마지막 5% 표심’이 움직인다는 대회장 열기로 당원들을 결집시키고, 176석 거대여당의 힘을 과시할 기회가 사라졌다. 비대면 정치는 지난 4·15 총선에서 이미 시작됐다. 온라인 창당투표, 온라인 공천면접이 이뤄졌다. 썰렁한 거리를 헤매던 후보들은 사무실로 돌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낯설고 적응도 어렵지만 비대면 정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전통적 전당대회는 돈과 조직을 통한 동원정치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비대면 전당대회는 그 비효율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비대면 정치에서는 돈, 조직, 스킨십보다 비전과 콘텐츠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 제도정치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온라인 문법에 익숙한 소수정당과 정치 신인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될 수도 있다.
<박영환 논설위원 yhpark@kyunghyang.com>
'정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고] 떠내려가는 것을 붙잡게 하는 정치 (0) | 2020.08.21 |
---|---|
[조광희의 아이러니] 정치의 언어 (0) | 2020.08.21 |
[정동칼럼] 김종인, 리어왕이 되지 않으려면 (0) | 2020.08.21 |
[여적]애국가 논란 (0) | 2020.08.18 |
[김민아 칼럼]민주당, 부동산 ‘너머’를 보라 (0) | 2020.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