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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토트넘)이 18일 열린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세 번째 골을 넣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후반 38분, 42분, 43분에 골, 골, 골. 차범근이었다. 5분 만에 3골을 넣어 1-4로 뒤지던 경기를 순식간에 4-4 무승부로 만들었다. 방석을 내던지고 야유하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던 3만 관중이 일순간에 넋이 나간 듯 얼어붙었다. 1976년 9월11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박스컵’이라 불렸던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개막전. 한국 국가대표 1진 ‘화랑’ 팀과 말레이시아의 경기였다. 한국 축구 역사에 손꼽히는 명경기이자 가장 강렬한 ‘해트트릭’이 나온 경기로 지금도 회자된다.
축구의 해트트릭은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3골 이상을 터트리는 것을 말하는데, 야구와 비슷한 영국의 국기(國技) ‘크리켓’에서 유래했다. 1858년, 타자 3명을 공 3개로 아웃시킨 투수에게 모자를 축하 선물로 준 것이 원조라고 한다. 이후 축구 용어로 채택됐는데, 기네스북에 오른 축구 첫 해트트릭은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때 미국의 버트 페이트노드가 파라과이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다. 한 경기 4골은 ‘슈퍼 해트트릭’, 6골은 ‘더블 해트트릭’으로 불리기도 한다.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다. 1956년 데뷔해 1977년 은퇴할 때까지 92회나 기록했다. 그 뒤로 현역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각각 60회, 55회로 역대 2·3위를 달리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장 빠른 시간에 달성한 해트트릭은 1964년 토미 로스가 스코틀랜드 프로 리그에서 ‘90초’ 만에 기록한 것이다. 지금처럼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골을 넣자마자 공을 들고 뛰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손흥민(토트넘)이 18일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멤버로 들어가 13분21초 만에 3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개막 후 공식전 8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다가 속시원한 해트트릭으로 ‘월드클래스’의 실력을 입증한 것이다. 손흥민은 “누군가는 나를 의심할 수 있어도, 내 능력을 믿었다”고 말했다.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라”는 서양 속담은 신맛 나는 고난과 시련을 긍정적인 태도로 이겨내라는 뜻이다. 손흥민은 이를 유쾌하게 패러디한 글로 소감을 표했다. “인생이 레몬을 주면, 해트트릭을 해버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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