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장수 용광로(고로)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포항 1고로’가 29일 그동안 48년여의 쇳물 생산을 멈추고 문을 닫았다. 사진은 이날 마지막 쇳물의 추출 작업 모습이다. 포스코 제공

지금은 ‘산업의 쌀’ 하면 반도체를 먼저 떠올리지만 한때 산업의 쌀은 단연코 쇠(철)였다. 선박부터 자동차, 크고 작은 가전제품까지 모두 쇠를 필요로 했다. 한국 경제가 단기간에 세계 10위권에 오른 데에도 철이 있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에서 자력으로 철을 생산하면서 비로소 한국이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산업의 쌀은 수소·배터리 등이 되겠지만, 철이 지닌 상징성은 쉬이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한국 철의 산실은 포항제철소다. 그 제철소의 핵심은 철광석을 쇳물로 만드는 용광로(고로·高爐)다. 바로 원조 용광로인 포스코의 ‘포항 1고로’다. 1고로가 처음 쇳물을 쏟아낸 것은 1973년 6월9일, 이날은 ‘철의날’로 기념된다. 세계 최장수 용광로이기도 한 1고로를 창립이념 ‘제철보국(製鐵報國)’을 강조하는 포스코 사람들은 ‘민족 고로’라 부른다.

48년간 쇳물을 토해내온 ‘포항 1고로’가 29일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이날 김학동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의 종풍(終風)식을 열었다. 쇳물 제작의 핵심 공정인 뜨거운 바람을 더 이상 고로에 불어넣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 쇳물을 내놓고 고로는 수명을 다했다. 그동안 1고로는 중형자동차 552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인 5520만t의 쇳물을 생산했다. 1500~1600도의 뜨거움을 간직하던 고로는 내부 열기가 식는 데만 6개월 걸린다. 포스코는 1고로를 ‘포항 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고로가 그 자체로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1고로의 은퇴는 시대변화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을 보여준다. 석탄 연료를 기반으로 한 고로는 탄소중립 시대에 탄소배출로 눈총을 받는다. 포스코 등 주요 철강사는 이미 전기로나 수소를 활용한 새 제철공법에 돌입했다. 시대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세상 속에 또 한 해가 저문다. 새해맞이 인사가 오간다. 옛 현자들은 하늘과 땅, 태양은 그대로인데 묵은해니, 새해니 구별하며 유난을 떤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이야 묵은해, 새해를 굳이 나눠 기념하면서라도 소소한 기쁨을 누린다. 삶의 의지를 되새기는 것 아니겠는가.

도재기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2021 미스유니버스, 인도의 하르나즈 산두

www.khan.co.kr

 

'일반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배리어프리’ 사회로  (0) 2022.01.03
[여적]신직업  (0) 2021.12.31
[여적]우주 광고  (0) 2021.12.29
[여적]투투 대주교의 진실화해위  (0) 2021.12.29
[여적]뇌파 감지 자동차  (0) 2021.12.27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