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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김용택(1948~) 


우리의 살림은 산 아래 혹은 물가에서 이뤄진다. 그 공간에서 세간을 갖추고 한집안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참으로 많은 일이 일어난다. 기쁜 일도 있고, 궂은일도 있다. 보람이 있어서 여한이 없다고 여길 때도 있고, 회한이 남을 때도 있다.

시인은 그 옛일들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산처럼 물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산등성이가 부드럽게 뻗어 내리는 산처럼 온순하게 살고자 바라고, 스스로 낮추면서 모든 것을 이롭게 하는 물처럼 선하게 살고자 바란다. 그리고 쓴 시(詩)들이 바람처럼 쉬웠으면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불어오고 불어가는 줄을 느낄 수 있는 한 줄기 맑고 시원한 바람 같았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자연과 더불어 오래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이 크고 너그러운 안목을 오늘은 오래 생각해보아야겠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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