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옥수수밭에 들어가면

옥수수밭이 되고 싶어요

 

옥수수밭에

옥수수가 커졌어

 

아가야, 옥수수밭에

들어가보렴!

옥수수밭에 들어가서

옥수수가 되어보렴

 

너풀거리는 이파리는

소낙비와 마주하는 7월의

검푸른 영혼일 거야

김명수(1945~)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옥수수밭에 옥수수가 커가는 때이다. 7월의 옥수수밭에 가봐야겠다. 옥수수는 치아를 꽉 깨물고 커가고 있을 것이다. 웃을 때에는 튼튼하고 하얀 치아가 잘 드러날 것이다. 옥수수밭에 들어가서 옥수수가 되고 싶다. 점점 커가는 옥수숫대는 장수처럼 얼마나 의젓하고 당당하던가.

바람이 불어올 때 옥수수밭에 들어가서 옥수수 이파리들이 서걱대는 소리를 듣고 싶다. 옥수수밭을 지나가는 바람을 ‘옥수수바람’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박용래 시인이 ‘앵두, 살구꽃 피면’이라는 시에서 “앵두꽃 피면/ 앵두바람/ 살구꽃 피면/ 살구바람”이라고 썼듯이. 옥수수밭에 들어간 바람은 옥수수의 몸놀림과 옥수수의 소리를 내기도 할 것이다. 이승훈 시인이 ‘바람’이라는 시에서 “풀밭에서는/ 풀들의 몸놀림을 한다./ 나뭇가지를 지날 적에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낸다”고 썼듯이.

7월에는 날이 불 땐 솥처럼 더욱 더 뜨거워지겠지만 푸른 옥수수밭 생각하면 설레고 청량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너풀거리는 옥수수 이파리에 떨어지는 소낙비 소리를 떠올리면 갑갑하던 가슴이 풀려서 후련해지기도 할 것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지난 칼럼===== > 경향시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곁에 누워본다  (0) 2018.07.16
자작나무에게  (0) 2018.07.09
앵커  (0) 2018.06.25
지금 여기가 맨 앞  (0) 2018.06.18
언니들과의 저녁 식사  (0) 2018.06.11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